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의 유료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구글은 월 19.99달러(2만655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는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음성AI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손에서 뗀 상태에서도 ‘헤이 구글’이라는 명령어만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기종에만 적용되지만,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iOS 등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구글뿐만 아니라 AI 어시스턴트(비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은 유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알렉사는 음성 AI 비서인 ‘알렉사’에 생성형 AI를 탑재해 월 최대 10달러의 구독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는 ‘클래식 알렉사’로 변경해 무료제공하면서 차별화를 뒀다. 애플도 AI 기능이 담긴 ‘애플 인텔리전스’ 역시 고급 기능까지 사용하는 경우 월 20달러(2만7000원)를 이용자에게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애플의 AI 비서로 불리던 ‘시리’ 역시 AI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 의 개발사인 오픈AI 역시 자사의 최신 AI 모델 월 구독료를 최대 2000달러(268만원)로 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조대근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유튜브가 그랬듯 모든 플랫폼 서비스 패턴이 비슷하다"며 "무료와 유료 서비스의 품질 차이가 분명하면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유료 이용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비서 유료화 움직임이 글로벌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에선 잠잠하다. 해외 AI 비서와 차별화된 킬러 앱이나 기능이 없는 데다 AI에 대한 국내 이용자 이용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AI 챗봇 사용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자 9757명 중 AI 챗봇을 쓰는 경우는 13.4%였고 유료 상품을 사용하는 경우는 5.7%였다. AI 챗봇은 B2C 이용자들이 접하기 쉬운 AI 서비스로 정보검색 혹은 오락·말벗 용도로 사용된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도 이런 점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자사 서비스 ‘에이닷’에 대해 "언젠가는 유료화를 해야 하지만 저변이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선 위험하다"며 "타이밍과 콘텐츠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로바X’ 서비스를 낸 네이버도 유료화보다는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무료로 검색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접목됐다고 유료화하는 게 전략상 맞지 않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대화형 플랫폼 B2C AI 서비스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수익화 모델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비서 이용이 안착해 있지 않다"며 "쓸만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플랫폼 서비스가 그렇듯, 광범위하게 퍼져서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된 후에 유료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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