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5대 종합 상사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이토추상사의 평사원 평균 연봉이 2500만엔(약 2억3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현지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잔업, 야근을 금하고 직원 복지에 힘써 일본 내에서도 '꿈의 직장'으로 평가받는 곳이며, 직원들의 평균 출산율은 10년간 3배 폭증했다.
일본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4일(현지시간) 이토추상사의 올해 연봉 표가 공유됐다. 일본 직장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평사원 연봉이었다. 올해부터 이토추는 가장 낮은 등급의 직원인 GRADE(그레이드) 3 평사원들에게 최대 2500만엔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연봉이 오르는 건 평사원뿐만이 아니다. 과장 대리는 2970만엔(약 2억7624만원), 과장은 3620만엔(약 3억3670만원), 부장은 4110만엔(약 3억8200만원)으로 임금이 상승했다. 해당 연봉 표를 본 직장인들 사이에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내가 받는 연봉의 몇 배가 넘는다" "저 정도는 받아야 사내 출산율 1.97을 찍나 보다" 등 댓글이 달렸다.
높은 연봉뿐만 아니라 이토추의 탁월한 사내 복지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일본 누리꾼은 "이토추에선 근무 시간에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를 관람하는 것도 허용이 된다던데, 2500만엔씩 받으며 저렇게 일해도 되는 거냐"라고 부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본의 5대 상사인 이토추는 이전에도 복지 혜택으로 유명했다. 매일 오전 6시30분~8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침 식사로 나오는 메뉴는 자회사인 편의점 '훼미리마트'에서 제공된 인기 메뉴다.
또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도' '110 운동'을 시행했는데, 아침형 근무제는 야근을 다음 날 새벽으로 옮길 수 있는 일종의 탄력 근무제다. 이토추는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오전 5~8시에 전날 야근을 처리하면 일반 야근 수당의 1.5배를 지급하기까지 한다.
아침형 근무를 택한 직원은 새벽부터 일한 뒤 이르면 오후 3시에 퇴근할 수 있다. 팀 전체에 적용되는 근무인 '집중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을 마친다고 한다. 이토추 직원의 약 절반은 아침형 근무를 택할 만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연봉, 자유로운 근무, 복지 혜택이 합쳐지면서 이토추는 '일하기 좋은 기업'일 뿐만 아니라 '가정을 이루기 좋은 기업'으로도 소문났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사내 합계특수출산율(여성 직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6에서 1.97로 세 배가량 폭증했다. 이 현상은 현지 언론에서 '기적'이라고 불리며 대서특필된 바 있다.
그러나 이토추 직원들이 누리는 혜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한 엑스 유저는 "결국 일본에서 아이를 기르고 미래를 계획하려면 연간 2500만엔은 벌어야 한다는 뜻 아닌가"라며 "지금 대다수의 일본인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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