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여야 성토 빗발... 들끓는 민심에 노심초사

박찬대 "응급의료 시스템 사실상 붕괴"
한동훈 이어 이재명도 대학병원 응급실 방문
여권 내에서도 국민적 비판 걱정 커져

의료대란 장기화를 두고 야권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의료 현장의 심각성이 과장됐다'는 정부의 완고함에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비해 정부의 반응과 대응책이 안일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의 땜질식 대응으로 인해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며 "시급한 의료대란 사태 해결방안부터 중장기적 의료개혁 방안까지 열어놓고 대화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별위원회는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을 방문해 진료 인력 및 응급 상황 대응 여력 등을 살핀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참석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료대란이 의사 탓이라니, 그렇다면 민생 파탄은 국민 탓이고 경제위기는 기업 탓이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자신의 SNS에 "국민 생명을 걸고 모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진지한 대화와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의료계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다만 여당 의원 대다수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환경이 열악한 영남, 충청, 강원에 지역구를 둔 만큼 지역 주민들의 의료 관련 우려와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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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회부의장, 권성동·윤한홍·안철수·한지아·고동진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10여명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를 계기로 열린 당정 간 비공개 토론에서 정부와 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에게 응급실 뺑뺑이, 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군의관·공중보건의 등 인력수급 문제 등과 관련해 우려와 비판을 쏟아 낸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도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부 대책이 현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며 "직접 응급실에 방문해 반나절 정도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거나 응급차에 동승해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카드를 띄운 한동훈 대표도 지난 2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을 비공개로 방문해 응급실 운영 현황 등 응급의료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의료대란 실태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정부의 입장을 응급의료 현장 방문으로 에둘러 반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훈 정책위 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정부 의료개혁을 강력 지원하고 특히 지난 8월 30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1차 실행 방안을 비롯해 현재 추진 중인 추석 대비 응급의료 관련 특별 대책이 차질 없이 실행되도록 적극 협력·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사이 의료대란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들이 늘어날 경우 국민적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들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6%,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32.8%, 민주당은 전주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42.2%를 기록했다. 한 여당 의원은 "주말에 지역구에 내려가면 '가뜩이나 의료가 낙후돼있는 상황에서 의료인들 이탈까지 겹쳐 크게 아팠을 때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민원을 많이 받는다"며 "정부도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윤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응급실 인력이 예년 대비 73% 수준으로 줄면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응급실 붕괴, 의료체계 붕괴 등 우려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날부터 일일 브리핑을 시작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의료 현실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 차이로 불신이 생기고 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제가 분명히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것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왜 그런 표현을 써가면서 국민 불안을 가중하는 표현을 하시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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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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