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에 온통 외국인뿐…병원은 최저가로 관광객 유치 경쟁

K-뷰티 열풍에 외국인 환자 수 폭증
주말 진료·특가이벤트 등으로 경쟁
미용성형 환자는 부가세 환급 가능

3일 찾은 서울 중구의 한 피부과.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방문했지만 이미 외국인 환자들로 가득했다. 일본어나 중국어로 안내하는 소리가 병원을 가득 메웠다. 의료진끼리 대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어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병원 코디네이터들은 유니폼에 구사 가능한 언어의 국기 배지를 부착하고 있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김모씨(26)는 "볼일이 있어 잠깐 들렀는데 외국인밖에 없어서 깜짝 놀랐다"며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피부과 간판에 중국어와 일본어로 안내가 쓰여있다.[사진=염다연기자]

서울 중구의 피부과 간판에 중국어와 일본어로 안내가 쓰여있다.[사진=염다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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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뷰티 열풍에 따라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으로 외국인 환자가 몰리고 있다.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 빠른 회복이 가능한 미용 시술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서울에 위치한 병원에서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환자를 찾는 게 더 쉬워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뷰티 관광'과 '의료 관광'이 명성을 얻으며 이를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67만8799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는데, 이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그중에서도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환자는 35만3134명으로 전체의 52%에 달한다.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 수는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피부과의 경우 10년 전과 비교해 약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피부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중에서는 일본인이 12만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과 미국 등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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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특가 행사, 주말 진료 등을 진행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달의 이벤트로 정가 4만원의 보톡스를 1만원으로 할인하거나, 지방분해 주사를 '부위 3+1'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다. 최저가를 내세우며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 시술을 해준다고 홍보를 하는 병원들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과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병원 문을 열어두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진료를 보는 병원도 많아졌다. 한 병원 관계자는 "근래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환자가 더 많이 오는 것 같다"며 "다양한 언어가 가능한 통역 코디네이터를 두고, 주말에도 진료하는 등 서비스를 신경 써서 더 많은 고객을 모시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환자에게 '바가지'를 씌워 같은 진료에도 더 비싼 값을 받는 풍토도 있었지만, 이제는 관련 법안과 병원 간 경쟁 덕분에 그런 우려도 사라졌다. 보건복지부는 시장의 투명화를 통해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성 높여 외국인 환자 유치를 늘리고자 2016년부터 의료 해외 진출법 등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또 미용성형 외국인 환자가 본인의 진료비를 알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 환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2016년 4월 한시적으로 시행됐으나 이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기한이 내년까지로 연장됐다. 미용성형 외국인 환자의 경우 의료비를 결제한 뒤 공항 등 면세구역 내에서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각 피부과나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도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합리적인 비용'이라고 명시해두고,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별도로 영수증을 발급하고 절차를 안내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최근에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부가세 환급제도와 함께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오히려 관광객들은 가격 등의 측면에서 여러 이점을 누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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