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압도적인 주가 수익률을 자랑하는 건설사가 있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로 유명한 HDC현대산업개발 이다. 2일 기준으로 연초대비 86.49% 상승했다. 1만4210원에서 2만6500원으로 거의 2배가 됐다. 이른바 '10대 건설사' 중에서 상승률 50%가 넘는 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일하다. 유가증권시장을 통틀어봐도 HDC현대산업개발보다 많이 오른 종목이 20개도 안 된다.
증권가도 목표가를 줄줄이 상향 중이다. 8월 이후 HDC현대산업개발 리포트를 낸 증권사 6곳은 모두 목표가를 3만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건설업종의 최선호 주로 꼽는 곳도 적지 않다. KB증권은 "변함없는 업종 최선호 주며 개선되는 업황 속 차별적 수혜 가능성이 인정받고 있다"고 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업종 최선호 주 의견을 유지하며 업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실적이 상향할 전망"이라고 했다. 연초보다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최근 꿈틀대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집값은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 12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고가 단지도 매주 속출하고 있다. 아직 지방까지 온기가 퍼지고 있지는 않으나 수도권만 놓고 보면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주택사업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뜨거운 수도권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지역별 착공 비중을 보면 수도권이 58%로 매우 높다"고 했다. 장문준·강민창 KB증권 연구원은 "주택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높으면서 자체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과거에도 건설사 주가 상승기에 다른 기업을 압도했다"고 했다. 집값 상승과 가장 커플링(동조화)이 강한 기업이 바로 HDC현대산업개발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상승 사이클이 도래했던 2015년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은 약 6조원에 달했다. 당시 건설 '대장주'였다.
건설사의 주택사업은 자체 사업과 외주사업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자체 사업은 시공과 시행 모두를 건설사가 맡는 경우를 뜻한다. 흔히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불린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사업만 놓고 보면 수도권의 비중은 80~90%에 달한다"며 "매매가 반등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광운대 역세권과 용산철도병원 부지, 공릉역세권, 의정부 주상복합 등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사업이다. 특히 11월부터 시작될 광운대 역세권 사업은 향후 수년간 총 5조원 안팎의 매출을 일으킬 '노른자위'로 기대되고 있다.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는 내년 영업이익은 4000억대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은 2조425억원, 영업이익 954억원이었다. 2023년 같은 기간엔 2조8억원, 558억원이다. 매출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이 71% 상승했다. 영업이익률 4.6%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결은 '원가율'에 있었다. 매출 원가가 따로 공시되지 않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가운데 상반기 원가율이 두번째로 낮은 90.4%를 기록했다. 매출원가율은 총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좋다는 뜻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 비교해 가장 빠른 원가율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이라며 "공사비가 급등한 2021~2022년 착공 면적이 저조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2021~2022년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잇따라 건물이 무너진 사고(학동 ·화정동 붕괴사고)에 연루된 시점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원가율의 주요 원인인 2022년 신규 수주에 대해 타사 대비 낮은 물량을 기록하며 이를 회피했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뜻밖의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참사 직후 신규 수주가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또한 공사비는 폭등의 시기를 지나 최근 꺾일 조짐이 보인다. 철근과 유연탄 등 치솟았던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중이다.
물론 사고의 후유증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소송 리스크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건의 공사 사고로 현재 소송 진행 중이나 하도급 업체의 과실 비중이 높아 강력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며 "판결 확정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2500억원 규모의 소송도 아직 진행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매각을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이행보증금을 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항공 측은 인수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 요구 등에서 부정이 발생했다며 이행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부진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연간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규모를 보면 2020년 6900억원에서 2021년 1조5000억원으로 상승하다가 2022년 1조307억원으로 꺾인 뒤 지난해 1794억원 규모 1건의 시공권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사고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도시정비사업은 사업지 조합원의 투표로 시공사를 결정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부진한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 일감을 많이 확보한다면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거침없는 집값 상승세에 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물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8·8주택공급 대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8 부동산 대책을 포함한 정부 정책이 공급 위축을 즉각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는 단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며, 수도권에서의 수주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했다.
건설업계 전반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은 거의 영향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도급사업 PF 우발채무는 2021년 말 2조7000억원에서 지난 2분기 말 1조6000억원까지 줄었다. 특히 정비사업을 제외하면 PF 우발채무는 3501억원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상반기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 신용평가)로부터 모두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받았다. 또한 9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 비용 감소가 기대되는 건설 업종은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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