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재건축 계획이 있는 상가 건물 임대인이 신규 임차 희망자에게 임차 기간을 제한해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더라도 이를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1항 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서울 강서구 양천로의 한 건물 1층에서 2016년부터 식당을 운영해온 A씨는 2018년 4월 임대인 B씨와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임차기간 3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6월 임차기간을 2022년 6월 30일까지 연장하는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2년 7월 1일 묵시적 갱신에 따라 임차기간이 자동 연장됐다.
A씨는 2022년 8월 26일 식당을 인수하려는 C씨와 점포의 시설과 권리 일체를 권리금 70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B씨에게 C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B씨가 건물을 재건축할 계획이라며 C씨에게 3년의 임차기간에 한해 임대차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고지했고, 결국 C씨는 식당 인수를 포기했다. C씨와의 권리금 계약이 무산되면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점포를 B씨에게 인도하게 된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C씨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 자신이 권리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B씨가 회수하지 못한 권리금 7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B씨가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A씨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7000만원의 권리금에 대한 지연이자는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는 이유로 소장 부본 송달일 당일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 청구는 기각했다.
2심 법원은 B씨의 행위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약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의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원고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C씨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방해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재건축 시기를 막연하게 2025년 말경이라고만 얘기했을 뿐, 구체적인 철거·재건축 계획을 고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재건축 계획이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을 때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고 정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3항 단서에 따라 다시 산정했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종료 당시의 권리금을 2497만원(유형재산 감정평가액 720만원과 무형재산 감정평가액 1777만원의 합)으로 계산한 뒤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80%인 1997만6000원을 B씨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은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39년이 지났고, B씨는 재건축을 위해 A씨의 식당을 포함해 건물 상당 부분을 공실로 두고 있고, 임차인들과의 계약에서 특약사항으로 '재건축이 예정된 만큼 2025년 8월 이후에는 임대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두고 있다"며 "건물의 재건축 필요성이나 B씨 의사의 진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씨의 고지 내용은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이나 일정과 대체로 부합하고,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이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B씨의 고지를 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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