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얀마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장기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군사 쿠데타와 내전이 이어지면서 생계유지가 힘들어진 빈곤층이 스스로 장기를 파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최근 몇 년 사이 미얀마에서 장기를 팔겠다는 온라인 게시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1년간의 취재 기간에 장기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 3개를 발견했다. 그리고 장기 판매자와 구매자, 중개업자 등 불법 장기매매 관련자 20여명과 접촉했다.
올해 26살의 에이프릴(가명)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자신의 신장을 팔겠다는 ‘광고’를 올렸다. 18살에 미얀마의 대도시 양곤으로 올라와 의류 공장에서 일하던 그녀는 가족 중 한 명이 암에 걸리면서 쌓여가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신장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을 발견했다. 에이프릴은 곧장 “신장을 기증하고 싶어요. 26살이고 혈액형은 O형입니다. 술은 마시지 않아요. 암에 걸린 이모를 위해 돈이 필요합니다. DM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만달레이에 거주 중인 배달 기사 마웅 마웅(가명) 역시 페이스북에 자신의 신장을 판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2022년 반군을 위해 물품을 배달한 혐의로 군사정권에 의해 몇 주 동안 붙잡혀 고문당했다. 이후 풀려났지만 일자리를 잃고 무일푼에다 빚더미에 앉게 됐다. 절박한 처지가 된 마웅은 결국 신장 판매라는 결정을 내렸다. 마웅은 CNN에 “(장기 매매 글을 올린 순간) 인생이 너무 가혹하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미얀마에서 장기를 파는 사람들은 대개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인도로 건너가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다. 인도 현지법에 따르면 장기 기증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친척 사이에서만 가능하며, 그 외에는 모두 불법이다. 이 때문에 중개업자들은 변호인과 공증인 등의 도움을 받아 가족 관련 서류를 위조하고, 장기 판매자를 이식 대상자의 배우자나 사위, 며느리 등 친인척으로 위장한다. 부유한 중국계 미얀마인에게 자신의 신장을 판 마웅은 서류 위조를 위해 신장을 이식받을 사람의 가족과 가짜 가족사진을 찍었다
마웅의 경우 중국계 미얀마 사업가가 그의 신장을 1000만짯(약 412만원)에 사겠다고 나섰고 중개업자에 의해 마웅은 그의 가짜 사위로 둔갑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인도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신장을 떼어냈다. 그는 “난 오래 살아봤자 15~20년 더 살고 죽을 것”이라면서도 “그때 내가 그것(장기매매)을 하지 않았으면 내 삶은 혼돈에 빠졌을 것이다. 수술 전 아내와 딸은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우리 가족은 죽거나 미쳐버렸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1인당 국민소득은 1200달러(약 160만원)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지난 6월 세계은행이 발간한 '미얀마 경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미얀마의 빈곤율은 32%를 상회했다. 국민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계은행은 “미얀마 경제는 계속해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갈등, 거시경제 불안정, 혼란으로 인해 생산이 제한돼 성장은 계속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리암 셔먼 세계은행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담당 국장은 “경제 전망은 여전히 매우 희미하며, 단기 및 중기적으로 미얀마 가계엔 회복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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