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용씨 사망, 안타깝고 통망…실종자 가족들 가슴 쥐어뜯으며 살아"

25년간 딸 찾던 송길용씨 사고로 숨져
실종자단체 대표 "안타깝고 통망하다"
20년 이상 장기실종 1천여명 실낱 희망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붙이며 25년간 딸을 찾았던 송길용씨가 2016년 6월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붙이며 25년간 딸을 찾았던 송길용씨가 2016년 6월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25년 전 실종된 고교생 송혜희씨(당시 만 17세)의 부친 송길용씨(71)가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숨지자 전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실종자가족들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31일 ‘YTN24’에 출연해 "(송씨가) 얼마 전에 심장이 병이 생겨서 급성심근경색증 시술을 받고 퇴원했다"면서 "지난 26일 트럭을 가지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하시게 됐다. 참 안타깝고 통망하다"고 말했다. 나 회장에 따르면 1999년 혜희씨가 실종되고 나서 부부는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누볐다.

혜희씨의 모친은 먼저 작고했고 혼자 남게 된 아버지는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현수막과 전단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다. 사망 전날까지 딸을 찾기 위한 현수막 제작을 했다고 한다. 혜희씨는 실종 당시 송탄여자고등학교(현 라온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1999년 2월13일 오후 10시쯤 경기 평택시 도일동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하차 후 행방불명돼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상태다. 부친 송씨가 생전 뿌리고 다녔던 딸의 신상이 적힌 전단지는 200만장, 현수막은 4000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회장은 "송혜희 아버지 사건에서 보듯이 전국의 실종자 가족분들은 하나같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숯검뎅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면서 "혹시라도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시면서 참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실종아동은 대부분 경찰이 발견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1년 이상 찾지 못하는 아동은 1336명, 특히 20년 이상 실종돼 찾고 있는 장기실종 1044명이다.


나 회장에 따르면 경찰이 다각적으로 실종자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사건이 오래된데다 단서는 미흡하고 제보자도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가족들은 반대로 아이들이 입양됐거나 누군가에 의해 길러졌다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나 회장은 "AI(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DNA 등을 이용해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