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관광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내부적인 불만을 가라앉히고 재정난까지 해결하기 위해서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니엘라 산탄체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이 오는 9월 관광업계와 관광세 인상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산탄체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버투어리즘의 시대에 관광세를 인상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관광객들이 더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관광지에 관광객들이 과도하게 몰려들면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 베네치아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이른바 ‘보복 관광’으로 역풍을 맞았다. 그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보복 심리로 인해 관광객이 급증한 것이다.
도시의 수용 규모를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베네치아 주민들은 치솟는 집값과 생활 물가, 소음 등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이 때문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1961년 13만명 이상이었던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현재 5만명 미만까지 줄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1200개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외 관광객이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를 경우 1인당 1~5유로의 관광세를 매기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관광세는 7억 7500만유로(약 1조145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정부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의 경우 관광세를 최대 10유로(약 1만4783원)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번에 관광부는 관광세 상한선을 100유로(약 14만8000원) 미만 객실의 경우 1박당 5유로(약 7400원), 750유로(약 111만원) 이상인 객실의 경우 최대 25유로(약 3만7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탈리아 정부도 관광세 인상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 IMF)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광업계는 관광세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관광세 인상이 여행객을 움츠러들게 만들어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버투어리즘 현상에 시달리는 것은 베네치아뿐이 아니다. 스위스의 알프스, 일본의 도쿄 등도 관광객 제한을 위해 각종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태원, 전주한옥마을 등이 오버투어리즘을 겪는 대표적인 곳이다. 제주도는 관광객들로 인한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른바 ‘입도세’라는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추진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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