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오께 찾은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 수산시장.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강모씨(65)는 "지금 한창 꽃게철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다"고 말하며 수조 옆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그는 "장사 안되는 건 일본 오염수 때문이 아니라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며 "일본산으로 유명한 어종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하게 팔린다"고 전했다.
평일 낮 시간대의 노량진수산시장은 크게 붐비지도 한산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손님과 흥정하고 있는 매장이 있는가 하면 상인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풍경도 펼쳐졌다. 장을 보러 온 고객과 생선을 구경하며 수산시장을 돌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천장에 붙어있는 전광판에서는 '우리 바다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지난해 8월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며 수산물 및 바다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수산시장에서는 그와 관련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각 매장 수족관에 붙어있는 원산지 표시에서 '일본'이 적히지 않은 매장은 찾기 어려웠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요즘 누가 일본 방사능 수산물을 크게 신경 쓰냐"고 입을 모았다. 약 30년째 노량진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장정열씨(60)는 "요새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보다는 어종을 따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오염수 고민은 없고 손님이 없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최병하씨(49)도 "얼마 전 노량진 수산시장이 북적북적한다는 뉴스가 나왔던데 그건 아니고 손님이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돈을 많이 안 써서 그렇지 일본산 수산물을 꺼리고 이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8년간 여러 수산시장에서 일해봤는데 요즘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다"고 덧붙였다.
수산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65)는 "노량진 수산시장 단골인데 방사능이나 오염수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서 신경 안 쓰고 있다"며 "바다가 거기서 거기지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수산물에 대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수산물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평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100 이상인 경우 매출액 증가, 이하인 경우 감소를 의미한다.
최근 대형마트의 3년간 매출을 비교해보면 평년과 비슷하거나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직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의 평균값도 119.75로 나타나 꾸준한 수산물 소비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1만8196t으로, 후쿠시마 원전 방류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1만5594t)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해수부는 매일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도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 검사가 진행된 1만615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모씨(21)는 "일본산 수산물이라고 하면 꺼려진다"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인 문제는 아직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는 오염수 투기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좀 더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 있다고 설명한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오염물이 생물에 오래 노출되면 먹이사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그와 관련된 평가나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산 수산물이 아주 문제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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