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스타머, 獨·佛 순방…EU 관계 회복 '시동'

숄츠·마크롱과 차례로 정상회담
트럼프 재집권 대비 나토 '밀착'

14년 만에 정권을 틀어쥔 영국 노동당 정부가 발 빠르게 기존 보수당 정책들을 뒤집고 있는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소원해진 유럽연합(EU)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28일부터 이틀간 EU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 협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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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일정 첫날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국방, 에너지, 무역 분야에 초점을 맞춘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이 목표로 하는 국방 협력은 2010년 영국과 프랑스가 체결한 랭커스터 하우스 협정에 준하는 수준이다. 내년 7월 공동선언을 목표로 하는 이번 협정이 마무리되면 양국은 합동 부대를 창설하고 군사 장비 및 핵미사일 연구센터를 공유하게 된다.


숄츠 총리와의 회담 이후에는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재계 거물들과 만나 투자 유치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한다. 독일 일정이 마무리되면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하계 패럴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회동해 유럽 현안과 양자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수장 스타머 총리는 이제 영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자신은 이전 보수당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에게 있어서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자 영국 무역의 8.5%를 차지하는 독일은 놓칠 수 없는 고객인 셈이다. 세계 에너지 생산의 6분의 1을 책임지는 지멘스를 비롯한 독일의 기업들은 영국에서 3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도 영국의 네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로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반드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고비를 넘어 전 정부가 남겨두고 간 망가진(botched)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유럽과의 관계를 재건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의 군사협력 강화는 집단방위 원칙을 토대로 결성된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기능 보완에도 의미가 있다. 나토에서 국방지출이 가장 많은 영국과 독일에 있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압박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 유럽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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