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을 의뢰·유포하는 이른바 '겹지인' 텔레그램 방이 전국 지역별로 개설된 가운데 미성년자 피해자가 대량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구 트위터)에 개설된 피해 제보 채널에 이름이 오른 중·고등학교만 200여곳이 넘는 상황이다.
27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텔레그램에 개설된 전국 지역 단위별 '겹지인방'은 10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활동한 텔레그램 회원은 8397명으로, 전국 각지 회원들이 활동하는 '전국구 방'과 대학별로 개설된 '대학방'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회원 수는 2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수로, 각 지역 단위 방 밑으로 중·고등학교와 구·동 단위 하위방이 다량 개설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범죄에 가담한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언론 보도 후 대다수 텔레그램 방이 폐쇄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와 가담 회원 수는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겹지인방에 속한 회원들은 이곳에서 지인을 상대로 딥페이크 제작을 의뢰·유포해왔다. 먼저 이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방에 특정 여성의 신상정보를 게시한 뒤 겹치는 지인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후 해당 여성을 안다고 대답한 회원이 등장하면 SNS에 게재된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을 제작했다. 또 다른 회원과 자신이 소유한 제작물을 맞교환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채팅방의 입장 링크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개설된 이른바 '링공방'에서 회원들이 전국 각지의 겹지인방 주소를 요청하는 모습. [이미지출처=텔레그램]
제작된 딥페이크 음란물은 이른바 '지인 능욕방', '지인 박제방' 등에 2차 유포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이 채팅방 개설과 폐쇄가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해 지역방 안에 수십 개의 하위방을 개설했다. 또한 다른 지역구 방으로 옮겨 다니기 쉽도록, 겹지인방 입장 링크를 공유하는 이른바 '링공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링공방은 채널 폐쇄 직전까지 8000명에 육박하는 회원이 속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범죄로 피해를 본 중·고등학생만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SNS 엑스에 개설된 피해 제보 계정에는 26일 기준 피해자의 신상 공개 과정에서 언급된 초·중·고등학교 명단 222개가 등재됐다. 고등학교 160곳, 중학교 61곳, 초등학교 1곳으로,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피해 명단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겹지인방의 존재가 알려지자 SNS에는 온라인에 게재한 개인 사진을 삭제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실제 이날 경기도 소재의 한 고등학교 공식 SNS에는 "자교 학생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합성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개인 사진을 내려 피해를 예방하라"는 안내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과 소지는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현행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제작은 반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하지만 미성년자 관련한 딥페이크 제작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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