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랜덤채팅에서 초등학생과의 만남을 시도하다 발각되자 '황당 변명'을 늘어놓았다.
23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최근 20대 남성이 랜덤 채팅으로 만난 초등학생 여자아이 집에 찾아가 성폭행했지만, 체포 영장이 기각된 사건을 조명하면서 랜덤 채팅 앱에 초등학생인 척 글을 올리고 누구에게 연락이 오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피해 학생이 당시 사용했던 랜덤 채팅 앱을 설치하고 13세 여자 초등학생인 척 가장해 계정을 만들었다. 계정을 생성하자마자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아저씨 어때요", "용돈 주는 유부남" 등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계정으로부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제작진이 실제 대화를 시도하자 성적 목적으로 접근한 듯 음란 대화가 이어졌다. 한 20대 남성 A씨는 초등생으로 가장한 제작진에게 "그냥 방 잡을까? 그건 좀 그런가? 내가 7시에 가면 집 가기 애매해서"라며 숙박업소를 예약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내일 오후 7시에 XX역에서 만나지? 만나면 방 잡으러 바로 갈 거지? 잡으면 바로 씻을 거지?"라고 물었고 심지어는 '피임 도구'를 사 올 것을 요구했다.
또 이 남성은 실제로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약속 장소에 있는 제작진을 보고 당황한 A씨는 "초등학생을 만나 무엇을 하려고 했느냐"라고 묻는 말에 "초등학생인 줄 몰랐다. 요즘 다 만 나이로 얘기하니까 제가 잘못 안 거 같다. 뭐 하려고 한 게 아니고 외로워서 그냥 친구로 지내려고 만난 것"이라고 황당한 변명을 내놨다.
초등생을 만나 "밥 한 번 사주려고 했다"는 취지로 변명하던 남성은 "심장이 이쪽에 있죠? 여기 양심 걸고 얘기하겠다. 제가 심심한데 '같이 놀래?'라고 한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제작진이 "피임 도구도 사 오라고 하고 방도 잡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하자 A씨는 "만약에 진짜 할 거라면 제가 책임 못 지니까 혹시 몰라서 방지한 거다. 말만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도 반성하고 진짜 그 앱에 쓰레기들이 너무 많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29일 대전경찰청은 초등생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미성년자 의제강간)로 20대 2명을 입건해 조사했다. 두 남성은 각각 직장인과 대학생으로, B양과 랜덤 채팅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B양이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 7월 14일 대전 중구에 있는 B양 집을 따로 찾아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양 팔에 있는 멍 자국을 수상히 여긴 보건교사가 이를 신고하여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으로 두 남성의 신원을 특정해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랜덤채팅을 이용한 미성년자 성범죄가 빈번해지자 여성가족부는 2021년 실명 인증 및 신고기능 등 기술적 조처를 하지 않은 랜덤채팅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별도의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랜덤 채팅 앱 외에도 게임 채팅 등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다른 메신저로 대화를 유도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방식 등은 사실상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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