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증 기관 전체 3%"…실효성 미미한 가사근로자법

인증 기관109곳에 그쳐
사업주, 노무 비용 부담
"사업주 지원 수준 높여야"

정부가 인증한 기관에 등록된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 등을 보장하는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2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은 전체의 3%에 불과해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은 전체 약 3400여 곳 중 109곳(3%)에 그쳤다. 해당 기관이 직접 고용한 가사관리사는 약 1800여명으로 파악된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를 토대로 추산한 '가사 및 육아도우미' 수가 지난해 하반기 기준 10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근로자의 1.7%만이 정부 인증 기관에 속해 있는 셈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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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다수의 가사관리사가 취약한 근로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사근로자법은 정부 인증 기관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과 4대 보험, 연차 유급휴가 등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가사관리사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최저임금과 4대 보험, 퇴직급여 등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현재도 직접 고용된 1.7%를 제외한 가사관리자는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업주, 노무 비용 증가 우려…자본금·고용 조건 문턱 높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사근로자법이 마련됐지만, 정작 현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서비스 제공 기관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정부 인증 신청을 주저한다. 인증 기관이 되면 부가가치세와 퇴직금, 사회보험료 등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노무 비용이 증가해서다. 정부 인증을 받게 될 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80%가 지원되지만, 36개월이 지나면 지원이 종료된다. 제공 기관에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해주는 지원은 지속되고 있지만, 사업주들은 사회보험료 지원 중단 시 짊어져야 할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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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직업소개소 대표 A씨는 "정부 인증 신청을 고민했지만 포기했다"며 "이용 고객이 항시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달 근로자의 4대 보험을 10만원씩 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청 기준의 허들이 높은 것도 인증 신청을 주저하는 요인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의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 기준에 따르면 정식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5명의 유급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 또 법인을 설립해야 하며 5000만원 이상 자본금도 필요하다.

근로자 대다수 고령층…국민연금·고용보험 지원 메리트 낮아

심지어 당사자인 가사관리사조차 제도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인증 기관에 직접고용될 경우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이 적용되긴 하나, 고령층 종사자가 많은 업계 특성상 만 60세와 65세가 넘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급여에서 4대 보험 보험료를 일부 떼가다 보니 고령층 직원들은 남는 게 없다고 불평한다"라며 "차라리 구직 애플리케이션으로 단기 일자리를 얻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사업자들은 법인을 세우고 4대 보험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노무 비용이 30% 증가한다"며 "이들이 짊어져야 할 비용 대비 정부의 지원 수준이 약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층이 많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만 60세가 넘는 가사관리자 고용 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대신 건강보험을 지원해주는 등의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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