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의 대명사였던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옛말이 됐다. 여름철 가장 더운 지역으로 손꼽혔던 대구는 열대지방인 아프리카에 빗대어 '대프리카'로 불렸지만, 체감온도로 따지면 대구보다 광주가 더 더운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폭염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같은 기온이어도 습도나 바람에 따라 느껴지는 더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2020년부터 폭염의 기준을 최고기온이 아닌 '체감기온'으로 바꿨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는다. 습도가 10% 높아지면 체감온도 역시 1도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3년간 광주 평균 체감온도는 36.2도로, 대구의 35.6도보다 0.6도 더 높았다. 이에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 7일 광주연구원의 '여름철 폭염에 따른 광주지역 영향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20년(2014~2023년)간 평균 최고기온은 광주가 30.0도, 대구 30.6도다. 하지만 해안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광주가 분지 형태인 대구보다 습해 체감기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최근 3년간 상대습도(공기를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최대량 대비 현재 수증기 비율)는 광주가 80.5%, 대구가 66.7%로 13.8%포인트 차이가 난다.
폭염일수는 대구가 더 많다. 기상청 기후통계분석을 통해 폭염 기준이 바뀐 2020년부터 이달 22일까지 각 지역의 평균 폭염 일수를 계산해보면, 대구는 평균 32.8일 폭염을 겪었다. 반면 광주는 같은 기간 평균 18.2일이었다.
대구의 폭염일수는 ▲2020년 31일 ▲2021년 23일 ▲2022년 45일 ▲2023년 27일 ▲2024년(8월22일 기준) 38일 등으로 해마다 들쭉날쭉하지만, 광주의 폭염일수는 ▲2020년 13일 ▲2021년 14일 ▲2022년 19일 ▲2023년 20일 ▲2024년(8월22일 기준) 25일 등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대구보다 '더 오래' 더운 도시도 있다.
지난 13일 국제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25개 도시의 여름철(5~9월) 폭염일 수(체감온도 35도 이상)를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간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한 도시는 경북 구미시(106일)였다. 이어 ▲광주(105일) ▲대전(96일) ▲대구(83일) 등으로 나타났다. 체감온도 35도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 폭염경보, 체감온도 33도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될 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다.
문제는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폭염의 영향이 날로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바다 수온이 상승해 수증기가 더 많이 생겨나면서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태풍이 자주 나타나게 되면, 태풍의 영향으로 기압계가 바뀔 수 있다. 현재 한반도는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몰고 온 뜨거운 수증기에 갇혀있는데, 9월에도 이런 폭염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티베트고기압 가장자리의 고온건조한 공기가 내려와 뜨거운 고기압이 형성돼서다.
북상 중인 제10호 태풍 '산산'도 더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산산은 북서진하면서 일본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때 한반도 쪽으로 고온다습한 동풍을 불어넣어 서쪽 지역의 기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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