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기금,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찬성'…탄탄대로

미국 최대 연기금 2곳, 합병 찬성 결정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의견이 결정적
외국인 주주 찬성 분위기 속 국민연금은

미국의 '큰손'들이 SK이노베이션 과 SK E&S의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 권고를 한 이후 나온 결정이다. 오는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은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은 운용자산(AUM)이 5203억달러(약 700조원)에 이르는 미국 최대 연기금이다. 교직원연금의 AUM은 3449억달러(약 460조원)다.

'행동주의 연기금'이 합병 우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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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기금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알기 어렵다. 지분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찬성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지침)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연기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3월 삼성물산 주주총회 당시 배당 확대를 골자로 하는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제안에 찬성표를 던진 곳도 두 연기금이었다. 결국 표대결 끝에 패배로 끝났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주주제안이 23%의 지지를 받으며 결집력을 과시했다.


특히 주주행동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캘퍼스는 미국의 다른 주와 다른 나라의 연기금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2% 지분만으로 CEO 퇴진을 주도했던 2004년 월트 디즈니 주주총회는 아직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전 세계의 '주주행동주의 교과서'로 통하는 캘퍼스가 움직이면 오하이오주나 뉴저지주 등 다른 미국의 연기금도 동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합병비율 논란에도 두 연기금이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병 비율이 문제가 없으며 기업 가치 산정이 적절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두 기관은 전 세계 90%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에게 자문 응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찬성 향하는 외국인 '표심'…국민연금은 아직

특별 결의로 진행되는 합병은 주주총회 참석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SK 지주가 지분율 36.22%로 최대 주주며 2대 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6.21%)이다.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가 53.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비율은 대략 22%이다. 외국인 '표심'이 찬성으로 쏠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아직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하지만, 이번 합병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판단이 어렵거나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수책위가 의결권을 정한다. 찬반이 아닌 기권 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선택지도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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