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올해 들어 환율과 주식시장 간의 공식(원·달러 환율 상승 = 주가 하락)이 잘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보다 엔·달러 환율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보다는 엔-캐리 청산 불안과 관련된 엔·달러 환율의 변화를 확인해가는 작업이 더 유의미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일(19일) 국내 증시에서는 기존 시장의 관측과 정반대의 움직임이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3원 급락하면서 1330원대를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0.8% 하락했다. 외국인이 약 11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생각하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강세) = 주식시장 강세, 외국인 순매수' 공식과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연구원은 "일본중앙은행(BOJ) 총재 발언의 경계심리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라는 두 가지 요인이 중첩되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한 연구원은 올해 시장에서 기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과거 고환율 시대와 비교해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 △과거 고환율 구간과 비교해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이 우상향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급증으로 인한 외화 환전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한 점을 꼽는다.
한 연구원은 이런 측면에서 엔·달러 환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TFC)에서 집계하는 엔화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계약으로 전환하는 등 엔화 강세 베팅 수요가 급증했다.
한 연구원은 "하지만 지난주 같은 기간 동안 엔·달러 환율은 146~149엔 레인지를 형성하는 등 오히려 엔화 약세 흐름을 보였다"며 "투기성 자금이 엔화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엔화 강세의 속도나 엔-캐리 청산의 속도는 7월 말~8월 초처럼 급격히 진행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런 시나리오에서 주식시장은 엔화 강세로 인한 주가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일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급락)에 대해 엔화 동조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환율과 주식시장이 별개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CFTC에서 투기적 포지션이 사라졌는데, 이는 엔화 약세 전망이 강세로 바뀌었다는 의미"라며 "BOJ 총재가 의회에서 매파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 등 엔화 강세 요인에 환율 시장이 민감해졌다"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이런 가운데 최근 엔화와 원화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엔화 강세 전망 속 원화 수급도 함께 작용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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