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전기차 전략 다시 짠다…충전소 보험 의무화 논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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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에 이어 경기도 용인에서도 주차 중이던 테슬라 차량에 불이 나는 등 전기차 관련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를 둘러싼 보험 체계 재정립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보험업계의 대응 필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관련 화재 사고도 증가하고 있는데, 기존의 내연기관차 중심의 보험 체계로는 전기차의 특성과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 보험업계 '전략 검토' 나서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관련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험사들이 전기차 관련 보험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14일 진행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청라지구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360건의 화재 접수가 있었으며, 예상 손해액이 22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보험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의 화재·폭발 사고 건수가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기차는 1만대당 0.93대의 사고가 발생한 반면, 비전기차는 0.90대 수준으로 더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사고 발생 시 손해액도 전기차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평균 손해액은 1314만원으로, 비전기차의 693만원보다 1.9배나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화재 관계자는 “전기차는 전체적으로 손해율이 높아 내연기관 차량보다 1.4배 정도의 보험료를 받고 있다”며 "손해율이 우량한 전기차 제조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전체적인 전기차 보험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리스크 관리와 시장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들 역시 전기차 관련 전략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현재 전기차 특화 보장 범위 확대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전기차 화재 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달 모든 종류의 전기차 대물배상 한도를 특약 가입 시 20억원까지 가능하도록 기존 10억원 한도에서 상향 조정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전기차 특성상 화재사고 발생 시 내연기관차 대비 평균 약 2배 손해액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에 앞서 전기차 대물배상 가입금액을 올린 것처럼 앞으로도 전기차를 소유한 고객 수요에 맞춰 특약 등을 개발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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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소 배상책임 보험 의무화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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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험료 인상이나 가입 조건 강화 등이 이뤄질 경우, 전기차에 대한 보험 가입과 관리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책임과 보상 문제가 차량 소유자에게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충전소·주차장 관리 시설, 소방 설비 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의무보험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히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 시설에 대해서는 의무보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충전소 측 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차 충전시설 사업자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소유 또는 관리자가 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충전소에서의 화재나 폭발 사고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기차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재 위험도 점차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보험사들의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들의 안전 의식 제고가 필요하며, 화재 예방을 위해 발전된 기술이 충분히 반영된 전기차는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의 보험 체계 정립을 검토할 때"라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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