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모델로 꼽히는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가 오는 24일로 출시 1년을 맞이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기초모델연구센터(CRFM)의 AI 생태계 조사 리포트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와 이를 개선한 하이퍼클로바X를 우리나라 AI 대표 모델로 선정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면서 '빛바랜 1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89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액수인 9650억원과 비교했을 때 662억원 감소했지만 AI 생태계 조사에 포함된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했을 땐 상대적으로 높다. AI 모델 '에이닷엑스'을 보유한 SK텔레콤은 1901억원, '믿음'을 개발한 KT는 1043억원 기록했다.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1조3321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1년과 2022년 1조6550억원과 1조80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조9926억원으로 확인됐다.
물론 네이버의 연구개발비 전부가 AI 연구 개발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네이버는 2019년부터 NSML(Naver Smart Machine Learning): AI 기술 연구개발 플랫폼에 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2021년부터는 초대규모 AI 한계 극복 및 고도화 연구, 하이퍼클로바: NLP(자연어 처리)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도 추가했다. 이 외에도 창의적 멀티미디어 생성 AI 기술 연구, 기존 운영 중인 포토 AI 추론 시스템의 고도화 등에 대해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지난해 첫선을 보였을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스탠퍼드대 기초모델연구센터는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영어, 수학, 코딩에 대한 경쟁력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맞춤형으로 개발된 LLM 제품군"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매출의 22%를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며 쌓아 올린 고도화된 기술력과 양질의 데이터 덕분"이라며 "수십 년간 경험한 이용자에 대한 이해, 서비스 운영 노하우, 기술 역량 등은 모두 현재 생성형 AI의 백본(기반)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의 경쟁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 빅테크와 비교하면 자본력에서 네이버는 확연히 열세다. AI 성패가 막대한 데이터에 달린 점을 감안하면 자본력은 AI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적인 요소다.
전체 매출 대비 네이버의 연구개발비 투입 비중도 줄고 있다. 2022년 22%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20.6%, 상반기에는 17.5%까지 감소했다. 오픈AI의 경우 GPT-4 모델 훈련에만 총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LLM 라마 3.1의 경우 개발 비용 내역이 비공개임에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등 칩 구매에만 최소 6500억원 상당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 경쟁에서 밀리면서 성능도 제한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멀티모달(이미지·비디오·오디오 등 데이터 동시 처리 기술) 등의 기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구글은 멀티모달 LLM인 제미나이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픈AI도 멀티모달 AI인 GPT-4o 등을 개발한 바 있다, 반면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대화형 AI 에이전트 서비스 클로바X는 여전히 텍스트 또는 문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멀티모달 형태 또는 사람과 닮은 범용 AI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이런 수준까지는 아직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컴퓨팅 파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할 여력 부족 등이 경쟁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로바X에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화하는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조만간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AI를 통한 이미지나 음성 생성 등 다양한 과제는 후순위로 업데이트를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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