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인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두고 국제사회의 의혹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베네수엘라 대선 재실시를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I do)"라고 답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마약 밀수 혐의 처벌 면제를 조건으로 정권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으나, 대통령 차원에서 재선거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재선거 실시 방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처음 내놨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두로에게 상식이 있다면 당파에 얽매이지 않는 선거위원회를 구성해 재선거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마두로는 브라질과 국제사회에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직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재선거 실시와 관련, 한 발 물러나는 모습도 보였다. 숀 샤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마두로와 그를 위시한 세력들이 7월28일 선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점"이라며 "대부분의 베네수엘라 국민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거 발언을 백악관이 철회한 것, 일부 수위조절을 한 것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칫 내정 간섭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현재 베네수엘라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재선거에 반발하고 있는 점을 의식해 과도한 해석에 나서지 않도록 백악관이 즉각 해명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현지 국영방송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선관위 행세를 하려 드는 미국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집권당의 개표 조작 때문에 승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야권도 재선거에 선을 그었다. 이에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미 선거는 치러졌다"며 "마두로는 자신이 자리를 비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가도 커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은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510만표를 얻으며 야당 후보인 우루티아 후보(440만표)를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체 투표 집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제 사회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야당은 자체 조사 결과 우루티아 후보가 약 620만표를 확보해 마두로 대통령(270만표)을 크게 따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반전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돈에 휩싸인 가운데 남미 정상들은 수일 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루이스 아비나데르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베네수엘라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지난 14일 전화로 해법을 논의했던 룰라 대통령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대선 재실시 외에 베네수엘라 야당이 정부 운영에 참여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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