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 극장가에서는 이례적 흥행 대전이 펼쳐진다. 2024 파리올림픽이 폐막한데다 팬데믹 이후 ‘텐트폴’이란 말이 무의미해진 영향이다. 극장가에서 ‘7말8초’(7월 말에서 8월 초)는 전통적인 여름시장 성수기로 꼽혀왔다. 지난해 영화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등 대작 4편이 이 시기에 몰리면서 출혈이 발생했고, 개봉 시기에 대한 개념이 재정립됐다. 시장은 작아지고, 배급사 간 눈치싸움은 격화됐다.
연휴가 시작되는 14일에만 12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이 시기 극장에 걸리는 영화만 무려 16편이다. 기존 성수기에 개봉한 신작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15일(광복절), 16~17일(주말)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연휴가 '여름 마지막 승부처'라는 계산이 깔린 결과다. 장르는 다양하다. 근현대사를 다룬 묵직한 작품부터, 1020 세대를 겨냥한 청춘물.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미국 블록버스터 재난물, 애니메이션 등이 잇따라 출격한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배우 조정석 주연 코미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다. 2위인 인기 TV 시리즈 '티니핑'의 극장판인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의 기세도 무섭다. 14일에는 한국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빅토리'(감독 박범수)를 비롯해 미국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트위스터스'(감독 정이삭)와 '에이리어: 로물루스'(감독 페데 알바레즈) 등이 개봉한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암살당한 10·26 사건 당시 김재규의 수행 비서관으로 사건에 연루돼 처형된 박흥주 육군 대령의 재판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고(故) 이선균이 박흥주 대령을 연기하고, 조정석이 대의나 정의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평범한 변호사 정인후로 분했다. 합동수사단장을 맡았던 전상두(전두환)를 연기한 배우 유재명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다.
같은 날 경쾌한 청춘 영화 '빅토리'가 개봉한다. 1984년 만들어진 거제도 여고 치어리더 동아리의 실화를 각색했다. 1999년을 배경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디바, 듀스 등의 경쾌한 음악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으로 유명해진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이혜리가 주연을 맡았다.
미국발 블록버스터도 상륙한다. 토네이도를 소재로 다룬 할리우드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가 관객과 만난다. '미나리'(2020)를 연출한 미국계 한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연출하고,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했다. 영화 '트위스터'(1996) 속편으로, 폭풍을 쫓는 연구원과 논란을 쫓는 이들이 역대급 토네이도에 맞서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상업 재난물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서사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미국에서 지난달 19일 먼저 개봉해 첫 주 2억7484만달러(3786억4706만원)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 1억5500만달러(2131억2500만원)를 가뿐히 넘겼다.
할리우드 대표 SF 공포영화 '에이리언'(1979)의 일곱 번째 후속작 '에이리언: 로물루스'도 간판을 건다. '에이리언4'(1998)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이다. 미국에서 주목받는 우루과이 출신 감독 페데 알바레즈가 '에이리언2' 원작자 리들리 스콧의 조언을 받아 연출한 작품이다. 2142년 암울한 미래를 피하려는 청년들이 지구를 떠나 우주기지 로물루스에 도착하고, 에이리언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애니메이션과 공연 실황도 14일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바다 탐험대 옥토넛 어보브 앤 비욘드 : 바다가 위험해'와 '신비아파트 특별편: 붉은 눈의 사신', 그룹 세븐틴의 공연 실황 영화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시네마'가 나란히 개봉한다.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 특별판', 재개봉 영화 '비포 선셋'도 극장에 걸린다.
15일에는 박정희와 육영수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이 개봉한다. 가수 김흥국이 제작사를 세워 만들었다. 일본 관동 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 만행을 다룬 '1923 간토대학살'과 애니메이션 '쥬라기캅스 극장판: 전설의 고대생물을 찾아라', '10 라이브즈'가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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