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대교를 건너다 보면 신반포 지역에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와 새로 짓는 아파트가 한꺼번에 보인다. 왼쪽 새 아파트는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오른쪽 낮은 구 아파트는 신반포 2차, 뒤로 새로 짓는 아파트는 메이플 자이 신축현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건설경기와 주택공급의 바로미터인 건축허가 면적이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거용·상업용 건물을 지어야 할 민간 건설업자들이 불경기를 이유로 몸 사리기에 들어간 여파다. 최근 주택 공급 활성화를 골자로 한 8·8대책이 발표됐지만, 업계에서는 바닥까지 꺼진 민간 건설경기를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건축허가 면적의 축소는 향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축허가 면적은 2906만3000㎡였다. 최악의 부동산 경기 한파가 닥친 2013년 1분기(2584만200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3년은 이듬해 취임한 최경환 전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정도로 불경기였다. 반면, 올해 2분기 건축허가 면적을 부동산 활황기였던 2018~2022년 사이 분기별 평균 건축허가 면적( 4036만2000㎡)과 비교하면 약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하는 건축허가 면적은 민간건설사가 짓는 주거용과 상업용 건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2분기를 기존으로 건축허가 면적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아파트나 빌라 등이 포함된 주거용의 경우 989만1000㎡, 오피스빌딩 등이 들어가 있는 상업용은 726만4000㎡였다. 2018~2022년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27%, 35%씩 감소한 수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허가 면적이 줄었다는 건 건설사들이 지을 의지가 그만큼 없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집값은 오르고 있다고 하나 공사비가 올라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선뜻 뛰어들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에 DL이앤씨 한 곳만 참여해 자동 유찰됐다. 이달 초에는 송파구 마천3구역 시공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군데도 없어서 재입찰할 처지에 놓였다.
8·8 대책에 따른 주택 공급 확대가 민간건설사들의 수주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로 신규택지를 조성하고, 정비사업 속도를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걸리고, 그것마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부터 돼야 기대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서 인허가나 착공이 늘어나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2분기 들어 착공 면적은 2121만9000㎡로 집계돼 지난 1분기(1690만6000㎡)보다는 증가했다. 과거에 인허가를 받아놓고 첫 삽도 못 뜨고 있다가 공사를 시작한 곳이 늘어나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공사에 착수한 사업장이 최근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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