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같이 빠른 속도로 기술 진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선 이를 규율하기 위한 법체계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니엘 솔로브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서울대가 주최한 '서울 AI 정책 콘퍼런스 2024'에서 '프라이버시와 AI에 대한 규제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엄격한 법이 마련되게 되면 규율 자체가 구체성을 가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너무 구체적이면 효과적인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만행위 금지, 불공정 행위 금지 등 포괄적이면서 원칙 정도를 제시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라면서 "기술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원칙, 형평성, (사회의) 수용도 등 이러한 원칙에 기반을 둔다면 법이 기술의 발전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솔로브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최소한의 기준에서 시작해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송 등을 통해 기준을 세워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솔로브 교수는 또 AI 시대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권리 보호라는 명목하에서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개인이 직접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권리를 직접 관리해야 하고 이것이 법에 명시된 것은 문제"라면서 "개인정보와 관련된 안내문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방대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AI가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된 문제 역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개인이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고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면서 "의미 있는 사생활권 보호를 위해선 구조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인식에 동의했다. 양청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이날 "정보 주체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 "원칙에 입각한 규율 체계에 기반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정법에 반영할 것이 나오면 법을 개정하는 2단계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