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생산 거점인 충북 청주시 오창에너지플랜트(옛 오창공장)를 대상으로 인력 재배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사업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자 유휴인력을 분산배치해 위기를 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오창에너지플랜트 전환배치 대상자 102명에 대해 전환배치 희망자를 받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해당 사업장에 게시했다. 전환배치 근무지는 이달 말 양산을 앞둔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와 파일럿 제품 테스트 라인 등이며 늦어도 9월 초에 배정받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하반기에도 대기인력 288명을 4680 원통형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배치했다. 테슬라 전용으로 추정되는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회사 노사는 이달 초 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다. 대내외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잉여 인력 재배치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특정 모델 단종이나 라인 증설 등으로 전환배치를 수시로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잉여 인력이 늘었고 이들이 일거리 없이 대기하는 기간도 길어진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증가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납품일을 미루거나 전기차 개발 일정을 지연시키면서 일부 배터리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형 라인으로 전환 배치하는 것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 도급사 내재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오창에너지플랜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지난해 3월 기준 약 5000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곳에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IT 기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해 왔다. 노트북 PC나 휴대폰에 사용되는 소형전지는 소량만 생산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파우치형과 2170(지름 21㎜·높이 70㎜), 1865(지름 18㎜·높이 65㎜) 원통형을 생산해 왔다.
전기차 캐즘에 LG에너지솔루션 국내외 배터리 공장 평균 가동률은 올해 1분기 57.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가동률은 2022년 73.6%, 2023년 69.3%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외 공장을 모두 합한 통합 가동률만 공시한다. 회사 노조 관계자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수요 위축으로 국내 공장뿐만 아니라 폴란드, 중국, 미국 공장 가동률도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전기차 화재까지 잇달아 발생하면서 배터리 시장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는 모기업인 LG화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은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한다. LG화학 노사도 지난달 초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이차전지용 분리막 사업부 인력 50여명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LG화학 청주공장 인근 LG생활건강으로 4명이 계열사 이동을 했고, 나머지 인력에 대해서도 여수와 대산 사업장 등으로 전환배치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침체로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이나 출시 일정을 아예 미루면서 배터리 생산 일정과 납품 기일도 자연스럽게 계속 밀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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