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만에' 유리창 깨고 금 거래소 들어갔는데…줄행랑 친 2인조 털이범

'자동 금고 진열장' 설치 모르고 침입
범행 실패 후 도주했다 검거돼

새벽 시간 금 거래소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던 30대 남성 2명이 철판이 덮인 진열장 때문에 범행에 실패한 뒤 경찰에 붙잡혔다.

12일 경기 평택경찰서는 특수절도 미수 혐의로 A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11일 오전 3시17분 경기 평택시 내 한 금 거래소의 유리창을 둔기로 깨고 안으로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금 거래소 내부에는 쉽게 진입할 수 있었지만, 금붙이들 위로 철판이 덮여 있는 것을 보고는 절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그대로 도주했다.

A씨가 금 거래소 내부로 침입하기 위해 유리창을 파손하는 모습[이미지출처=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당시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공범이 몰고 온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해당 금 거래소의 유리창을 둔기로 사정없이 내려쳐 약 9초 만에 내부로 침입했다. 그러나 그는 내부를 둘러보더니 이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진열대 위가 철판으로 덮여 있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확인한 A씨는 곧바로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이 금 거래소에서는 일반적인 유리장이 아니라 특수 제작한 '자동 금고 진열장'에 금붙이들을 보관해왔다. 해당 진열장은 업주가 퇴근할 때 절도 예방 장치를 가동하면 금붙이가 올려진 진열대가 29㎝가량 아래로 내려가고 상단에는 합금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철판이 덮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자동 금고 진열장의 경우 덮개로 쓰인 철판을 뜯어내는 데에만 약 30분이 소요돼 사실상 내부 물품을 훔쳐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범행 당시 새벽 시간대였던 관계로 피의자들이 해당 금 거래소에 이런 장치가 설치돼있던 것을 모른 채 침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이 범행에 사용한 오토바이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같은 날 오후 8시56분 충북 청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두 사람을 붙잡았다.

이들은 "대출 빚이 많아 빚을 갚으려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