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자 눈앞에서 놓친 검찰…"인질극 벌이니 꼼짝 못하네"

수배자, 연인 흉기로 위협하며 도주
뛰는 수배자 걷는 검찰…CCTV 찍혀

검찰이 4개월간 쫓던 지명수배자를 눈앞에서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수배자가 여성과 함께 모텔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성 보호 대책 없이 검거를 시도했고, 인질극을 벌이는 수배자를 그냥 놓아줬다.


11일 검찰·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8시 37분경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가 건물 7층 모텔에서 지명수배자 A씨(50대)가 여자친구인 여성 B씨와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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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창원지검소속 검찰 수사관 4명이 자신이 투숙하던 모텔 방에 들이닥치자 흉기로 B씨를 위협하는 자세를 취하며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모텔 방 앞 복도에 있던 검찰 수사관들은 A씨가 흉기를 들고 B씨와 함께 모텔방을 나오자 방문에서 2m 떨어져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A씨는 B씨의 팔을 잡고 수사관들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수사관들은 A씨가 뛰어간 방향으로 걸어가 B씨가 탑승한 엘리베이터를 붙잡았다. 이후 30초간 수사관과 대치한 A씨는 비상구 계단으로 도주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이 장면은 해당 건물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모텔 관계자는 "(흉기로) 위협하니까, (수사관들이) 멈칫하며 아무것도 못 했다"며 "오죽 허무하게 달아났으면 다른 투숙객들은 인질극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 강력범죄 담당 형사들은 "비슷한 경우라면 돌발 상황에 대비해 B씨를 분리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검거 전) 모텔 업주를 통해 두 명 중 한 명을 불러내든 여러 방법을 시도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아니면 방 열쇠를 받아 재빨리 진입한 뒤 수배자가 다른 짓 못 하게 제압했을 것이다"며 "대개 건물 외곽에도 인원을 배치해 대비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소재 파악 등 수개월 동안 추적을 정말 열심히 잘했다"면서도 "(현장 검거 과정이) 베스트는 아니었던 것은 맞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병원 치료 목적으로 3개월 동안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아 풀려났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도 교도소로 복귀하지 않아 검찰이 지명수배를 내렸다.


B씨는 사건 다음 날 오후 1시쯤 휴대전화 등의 짐을 챙기러 모텔을 찾았다가 공조 요청을 받아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B씨는 경찰 조사 후 귀가 조치됐으며, 검찰과 경찰은 A씨를 추적하는 한편 B씨가 A씨의 도피를 도왔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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