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가 지난 5일부터 런던 곳곳에 그린 동물 벽화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영국을 어수선하게 만든 극우 폭도들을 동물에 빗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염소그림이 등장하자 염소가 팔레스타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축이라는 점에서 가자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연대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뱅크시가 직접 세운 작품 보증 회사인 페스트컨트롤은 이는 지나친 해석이며 대중을 응원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하루 전, 런던 북서부 클리클우드 에지웨어 로드의 빈 광고판에 뱅크시의 여섯번째 작품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고양이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몸을 쭉 뻗고 있는 그림이다. 뱅크시는 같은 날 점심에 해당 그림이 자기의 작품이라고 확인했다.
뱅크시는 이번 주 들어 런던 일대에 매일 한 작품씩 동물 벽화를 남기고 있다. 5일에는 런던 남서부 리치먼드의 큐 브릿지 인근 건물 벽에 염소 모습의 벽화를 남겼으며 6일에는 런던 첼시 에디스 테라스의 주거용 건물에 두 마리의 코끼리 벽화를 공개했다. 전날에는 런던 동부 구제패션 거리인 브릭 레인의 기차 다리 벽면에 원숭이 세 마리가 담긴 벽화를 남겼다.
7일에는 런던 동부 브릭 레인의 다리 위에 그네를 타는 세 마리 원숭이가 모습을 드러냈고 8일에는 런던 남부 페컴의 한 건물 위 위성안테나에 늑대 그림이 등장했다.
9일에는 월섬스토의 한 피시앤칩스 가게에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펠리컨 두 마리가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동물 벽화를 '런던 동물원 연작'이라고 부른다. 몇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번 주 들어 공개된 네 번째 작품이 나온 지 한시간여 만에 도난당했다. 도난 신고를 받은 런던 경찰 당국은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범인은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작품과 관련해 페스트 컨트롤은 가디언에 뱅크시의 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의 작품들은 우울한 뉴스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빛보다 그림자를 찾기가 더 쉬운 불확실한 시대에 대중을 응원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편, 본명이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뱅크시는 영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 메시지를 담은 벽화를 남겨 명성을 얻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품을 증명하곤 한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감성과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전시나 경매에서 거액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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