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에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상장사 M&A 매물의 '몸값'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미 불협화음도 터져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투어 주가는 이달 들어 5만300원에서 4만6000원(7일 기준)으로 8.55% 하락했다.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밸류가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또 다른 상장사 매물이자 이미 양해각서(MOU)도 체결한 한온시스템 역시 주가 하락 여파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으며, SK·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리밸런싱)에도 주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투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보유한 하나투어 지분 16.68%와 창업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27.7%다. 2019년 최대 주주로 올라선 IMM PE는 약 5년 만에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섰다. 두 달 전만 해도 몸값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주가인 5만7000원(시가총액 9142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30%가 붙은 가격이다. 그러나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전반적인 증시 하락장까지 겹치면서 7일 기준 시가총액이 7378억원으로, 두 달 만에 1764억원이 증발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시세를 무시할 수 없다"며 "지금의 주가로는 매도자가 원하는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가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상장사 M&A 매물인 한온시스템은 매각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지난 5월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MOU를 체결한 한국타이어가 지난 3일로 예정됐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이행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몸값 격차'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한국타이어가 가격조정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MOU 당시 인수가격은 구주에 주당 1만250원, 유상증자 신주에 주당 5605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해 7일 현재 4005원이다. 다만 양사가 오랜 친분을 맺고 있으며 MOU 구속력이 높기 때문에 매각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 중인 SK그룹 역시 주가하락의 불똥이 튀었다. SK E&S와 합병할 예정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9만80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11만1943원)보다 12.5%가량 낮은 상황이다. 차익 실현을 노리는 일반주주들의 매수청구가 쇄도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한도(8000억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 한도를 넘으면 합병계약이 해제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양 그룹 모두 불안한 증시로 인한 주가가 합병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여전히 침체 중인 M&A 시장은 9월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M&A 시장이 하향세였던 가장 큰 원인이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였기 때문이다. 정경수 삼일PwC M&A센터장은 "자금 조달 면에서 현재보다는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에 분명한 호재"라며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