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병에 든 생수에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일상적으로 마시는 습관이 고혈압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스트리아 다뉴브 사립대학교 의학과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2주 동안 플라스틱·유리병에 담긴 물 대신 수돗물만 마시게 했다. 이후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의 이완기 혈압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낮아진 혈압은 4주 후에도 유지됐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면 혈류 내 미세 플라스틱 입자 수가 감소해 잠재적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고혈압은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5㎜~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뜻한다. 이보다 작은 1㎛ 이하는 ‘나노(Nano)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나노는 10억분의 1m 크기에 해당한다. 형태도 구형, 실 같은 섬유형, 파편형, 필름형 등 다양하다.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들은 해양·담수·토양·지하수·대기 등 모든 환경에 널리 분포하고 순환한다. 생태계를 거치며 언제든 인체에 들어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가 인간의 식탁 위에 올라오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나노 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 농도에 따른 혈압 변화와 관련해 “플라스틱 입자의 섭취를 줄이면 심혈관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0년 미국 연구에선 기증받은 시신서 채취한 폐·간·비장·콩팥 등 47개 기관 및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021년 이탈리아 연구에선 6명의 출산부 중 4명의 태반에서 12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같은 해 미국 연구에선 신생아의 태변과 유아의 대변에서 PET 등 플라스틱 입자가 확인됐다. 2022년 네덜란드 연구에선 사람 혈액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이 소리를 감지하고 평형을 유지하는 ‘내이(內耳)’를 손상시켜 난청과 균형감각 저하를 일으킬 수 있음을 규명해 국제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귀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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