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의 배경 중 하나로 일본 엔화 강세가 지목된 가운데 증권사들이 3분기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150엔에서 140엔 초반까지 낮췄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 저지에 나선 가운데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7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6일 144.18엔을 기록했다. 환율은 7월 초 최대 161.65엔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한 달여 만에 10% 넘게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최근 엔화 가치 급등은 조기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은행(BOJ)의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금정위) 결과와 우에다 총재의 매파적 발언에서 비롯됐다. BOJ는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인상 한계도 0.50%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역시 엔화 절상 속도를 더욱 높인 것으로 관측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가 일본 엔화 같은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빌려다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7월 미국 고용 상황이 악화했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게 된 배경이다.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슈퍼 엔저' 특수를 누렸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코스피·코스닥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유 중 하나로 엔 캐리 자금 유출 우려를 꼽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거래를 20분간 일시 중단시켜 변동성을 줄이는 조치다. 5일 코스피지수는 8%대, 코스닥지수는 11%대 약세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무려 12%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최근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엔화 강세에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수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전망치를 7월 예상치인 155엔에서 이날(6일) 147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약세와 빠른 엔화 매도 포지션 청산에 기저를 낮춘다"고 밝혔다. 이달 초 연내 엔·달러 환율로 150엔 수준을 예상했던 유진투자증권도 전망치를 140~145엔 사이로 변경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며 "다만 이미 많이 (엔화 가치 상승이) 진행됐다고 생각하고 속도는 좀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커졌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OJ 정책 정상화에 따른 엔화만의 이슈로 보기에는 굵직한 미국 경기 및 금리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당분간 미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와 맞물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추가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란 소신론도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와 BOJ가 과도했던 슈퍼 엔저 현상의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데 일단 성과를 얻었다"며 "현 수준에서 엔화 가치의 급격한 추가 절상은 일본 경제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에 9월 자민당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엔화 약세에 과도하게 쏠려있던 엔화 약세 포지션이 상당 부분 정리된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 시장에선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반사 수혜를 중국이 입을 것이란 관측에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는 엔화 급등에 연동되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미국 금리 인하 시 해외자본이 중국 내로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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