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이 급락을 맞은 가운데, 증권가에선 이번 조정이 진정되고 바닥을 다지기 위해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수급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 2522.15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10.51% 급락했다.
엔화는 같은 기간 강세를 보이며 지난 5일(현지시간) 142엔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중순 이후 약 7개월 반 만의 엔화 강세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상승한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의 기준 금리 인상이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 금리를 기존 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다.
이 같은 엔화 강세와 동시에 경기 침체 공포로 커지고 있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압박하고 있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며칠간 금융 시장의 급격한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캐리 자금의 청산이 있다"며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위기 이후 쌓인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자산 시장에서 강한 되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증권가에선 증시 급락의 이유로 경기 침체,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고평가와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수급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장의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 인하,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 해소 등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의한 수급 안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자극하고 있는 요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가 관세 및 무역 적자와 관련해 엔화 가치 조정에 대해 언급하자 엔 캐리 트레이딩이 청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금융시장 불안은 경제 악화, 일부 자산의 고평가 등이 맞물린 임계 상태에서 엔 캐리가 청산된 것이 트리거로 작용한 것 같다"며 "엔·달러가 적정 수준으로 추정되는 130엔 전후가 될 때까지는 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박 속에 미국 경기 침체 공포 심리가 엔화 강세를 더욱 자극해 유동성 위축이 증폭되는 모양새"라며 "엔·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 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하면 증시 변동성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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