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0시 축제'가 세계적 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장우 대전시장, 6월13일 대전빵차 전국 순회 이벤트
"요즘 울산은 꿀잼도시입니다." - 김두겸 울산시장, 6월24일 청년울산대장정 U-로드 발대식
"광주가 재미있는 도시, 사람들이 머무르고 찾고자 하는 도시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 강기정 광주시장, 올해 1월8일 라디오 인터뷰
"'꿀잼 1번지' 청주!, 즐겁고 살맛 나는 꿀잼행복도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 이범석 청주시장, 올해 1월 신년사
'꿀잼'이란 단어가 지방자치단체 시장님들 입에 붙었다. 도시의 재미 창출을 핵심 정책 키워드로 내세운 대전·울산·광주·청주 등 네 도시의 이야기다. 2019년 온라인상에서 노잼도시 논란으로 오명을 뒤집어쓴 각 도시가 꿀잼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인터넷 유행 콘텐츠, 이른바 '밈'이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각 도시의 공약이자 정책에 제대로 스며들었다.
꿀잼도시를 향한 현직 시장들의 행보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전부터 시작됐다. 논란을 의식한 듯 이장우 시장은 2022년 5월 후보 시절 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잼도시라는 이미지는 대전 스스로 만든 것"이라면서 "노잼도시 불명예를 벗고, 대전을 365일 24시간 심쿵도시,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같은 달 김두겸 시장도 후보로 "가장 재미있는 도시를 만들어 돈벌이만 하는 도시가 아닌 '꿀잼도시'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강기정 시장은 2021년 선거를 수개월 앞둔 시점에 광주에 22세기형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며 "노잼이 아니라 꿀잼의 고향, 꿈을 찾아 떠나지 않고도 꿈을 실현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꿀잼도시'를 내걸었고 이는 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범석 시장도 예비후보 시절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관광·문화·예술·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꿀잼도시 청주로 만들 것"이라며 관련 공약을 내놨다.
취임 이후 이들은 도시 곳곳에 재미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네 도시에서 지난 2년간 '꿀잼'을 키워드로 내세운 보도자료가 적게는 20건부터 많게는 300건 이상 나왔다. '꿀잼도시 OO(도시명)', '꿀잼 OO'이라는 수식어는 보도자료 '단골' 표현으로 활용됐다. 축제 개최 소식은 물론 공모전·강연 개최, 지역 시설 개관, 각종 예산 확보 등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
꿀잼도시 만들기에 나선 시장들은 노잼 논란에 휩싸인 다른 도시와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김두겸 시장은 지난해 10월 문화의 날 행사에 나와 이전에 이장우 시장과 서로 '제일 재미없는 도시'라고 말을 주고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네 시장 모두 후보 시절부터 꿀잼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활활 불태운 만큼 공약에도 이러한 의지를 녹였다. 아시아경제는 2022년 6월 네 시장이 내놓는 문화·체육·관광 등 꿀잼도시 만들기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 현 시장의 임기가 절반인 2년이 남아있는 만큼 공약 실행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꿀잼도시 관련 공약은 크게 ▲대규모 관광지 조성 ▲현지 시민이 활용 가능한 시설 확충 ▲축제 개최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네 도시는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구축해 외지인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대규모 관광지를 조성코자 했다. 울산이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을 조성하고 K-팝 사관학교를 설치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울산은 또 영남알프스 산악관광특구, 일산해수욕장 해양관광특구 조성 등 관광특구 구축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청주는 웰빙 치유형 테마파크와 농촌 체험형 생명팜랜드 조성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꿀잼도시 관련 정책의 절반 이상은 시민을 위한 시설을 짓겠다는 공약이었다.
네 시장은 제2대전문학관·제2시립미술관(대전), 국립산업기술박물관(울산), 아시아문화예술촌·전문 예술극장(광주), 청주박물관·근현대문화예술인 전시관(청주) 등 문화 시설 구축을 약속했다. 또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사회인 야구장·축구 경기장(대전), 공공골프장·실내놀이체육시설(울산), 다목적실내체육관(청주) 등 체육 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는 K-리그에서 활약 중인 광주FC를 시민구단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원도 나서기로 했다.
이 외에 대전은 5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0시 축제' 개최를, 광주는 국제 공연예술축제, 광주 페스타(공약 시 가칭·현재 'G-페스타 광주'로 명칭 변경)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러한 공약은 대부분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 등 꿀잼도시 만들기와 관련한 공약 발표 사항을 바탕으로 국비, 시비, 민자유치 등 예상 소요 예산 규모를 모두를 합산해본 결과 대전 1조3900억원, 울산 5200억원, 광주 6100억원, 청주 980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네 도시가 무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문화·관광 자원을 확보하면서 재미요소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도시의 재미 요소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세운 방향성이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마련하면 예산이 투입되고 제한된 예산을 어디에 지원할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지자체장이기 때문이다. 지역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지을지, 지역문화 양성 구축에 방점을 둘지 등 정책 방향성에 따라 예산 분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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