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선거를 요구했을 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과정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직접 요구하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이날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그(바이든)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84세인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물러났음에도 막후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힌다. 앞서 첫 TV토론 참패 이후에도 대선 완주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쳐온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도 '오랜 우군'인 펠로시 전 의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펠로시 전 의장은 "사람들이 내가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대화한 유일한 사람은 대통령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를 두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나는 거의 받지 않았다"면서 "내가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고 부연했다.
자신이 민주당 의원들을 뒤에서 부추기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압박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 재선 도전 포기 과정에 자신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을 '경계'한 일종의 해명으로 해석된다. 폴리티코는 앞서 펠로시 전 의장이 최소 1명의 민주당 하원의원과 지역구 단위 여론 조사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보도했었다.
이날 펠로시 전 의장은 "선거에서는 이기는 결정을 해야만 한다"면서 이러한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당 지도부를 떠났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가 더 쉬웠다고도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우리는 그가 자신의 유산을 잘 지키는 결정을 하길 바랐을 뿐"이라며 "또한 이기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펠로시 전 의장은 같은날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한 사람에게도 전화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압박을 주도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무엇을 결정하든 우리가 더 공격적인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게 격노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글쎄요. 그는 내가 그를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펠로시 전 의장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상원의원을 선택한 것이 실수냐는 질문에는 "훌륭한 선택"이라면서도 잠시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인터뷰 후반부에는 밴스 상원의원을 "위협적인 인물"로 묘사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통상 전당대회 이후 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지만 밴스 상원의원의 경우 캣레이디 발언을 비롯한 각종 설화로 인해 오히려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한편 펠로시 전 의장의 이날 인터뷰들은 신간 '권력의 기술(The Art of Power)' 홍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연상시키는 이 책에서 펠로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40년 이상 미 하원의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6 의사당 난입사건 등 하원의장 임기 내 주요 사건은 물론,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남편이 당한 습격 등 개인적 경험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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