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미국 뉴욕증시도 5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7월 고용 쇼크로 인한 침체 우려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탈이 겹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서비스업 경기 지표 개선으로 낙폭을 줄인 뉴욕증시는 전날 아시아 증시와 같은 폭락 사태는 피했지만, 침체 우려가 큰 만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3% 안팎 하락했다. 다우 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 급락한 3만8703.27, S&P500지수는 3% 추락한 5186.33에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 모두 2022년 9월 이후 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43% 폭락한 1만6200.08에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랠리를 이어 온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는 6.36% 급락했다. 애플은 4.82% 하락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는 각각 4.61%, 4.23% 내렸다.
지난주 발표된 7월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에, 지난달 미 실업률까지 4.3%로 오르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전날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로 인한 아시아 증시 폭락에 이어 이날 뉴욕 증시 급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트리거가 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글로벌 자금 이탈, AI 거품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투매를 촉발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험까지 고조되면서 투심이 악화했다.
이후 미국 서비스업 경기 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4년 만에 최저치였던 전월(48.8) 대비 2.6포인트 올랐다. 이 수치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데 서비스업 경기가 한 달 만에 확장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나스닥 지수 기준 6% 가까이 하락하던 뉴욕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장 초반 급락했던 국채 금리도 상승 전환했다. 현재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3.78%,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3.89%를 가리켜 이날 오전(각각 3.69%·3.67%) 대비 반등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38.57로 상승해 202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리자 미국에서도 침체 여부를 놓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월가에서 7월 금리인하 실기(失期)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Fed가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Fed는 7월 고용 보고서 발표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8연속 동결했다.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 기준금리는 3.5~4%에 있어야 한다"며 Fed에 0.75%포인트의 긴급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어 9월에 추가로 0.75%포인트 금리를 내려야 하며 이는 최소한의 대응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으며 과잉 대응을 경계를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용 수치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 침체로 보이진 않는다"며 "가계 연체율 상승 등 몇 가지 경계해야 할 지표가 있지만 경제 성장은 꽤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상황이 악화한다면 우리는 이를 고칠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려 했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 역시 "노동 시장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며 "미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서비스 부문은 잘 굴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주식 투매 행렬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관련이 있으며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보다는 시장의 기술적 일탈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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