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컵라면 호통 2탄'…"여성 더이상 그림자노동 안 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집무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 글이 벽에 걸려있고, 아래 6개의 유리컵과 티포트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집무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 글이 벽에 걸려있고, 아래 6개의 유리컵과 티포트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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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점심을 거른 자신을 위해 컵라면을 가져온 비서실 여직원에게 "이런 일 하려고 취직한 거냐"며 화를 내는 영상(인스타그램)이 주말 내내 인터넷상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연출극이 아니냐’는 등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의 도청 집무실 안에는 여섯 개의 유리 찻잔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 바로 아래다. 찻잔 옆에는 차(茶)를 끓이는 티포트가 있다. 내방객이나 직원들이 오면 스스로 차를 가져다 마시도록 한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손수 손님에게 찻잔 ‘운반 서비스’를 하는 일도 마다 하지 않는다. 집무실에 찻잔 세트를 갖춰 놓은 이유는 여 비서관들이 일하다 말고 차 심부름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김동연 지사의 여직원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재임 중 여러 차례 출산 휴가를 앞둔 여직원을 직접 찾아가 응원과 함께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도지사 피자 사용권’.


‘출산이란 소중한 결정을 축하하고, 휴가를 다 쓰고 복귀해도 인사에 불이익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상징적 선물이다. 김동연 지사는 근무성적 평정, 보직, 승진 등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인사파트에 여러 차례 지시하는 등 직접 챙기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이번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오해 아닌 오해’도 받고 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이번 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뒤 동영상이 언제 일이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고 있다"며 "해당 동영상 속 회의는 약 3~4개월 전으로 꽤 오래전 일이다. 이는 영상 속 김동연 지사의 셔츠가 긴 팔임을 봐도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 대변인 특히 "도지사 주재 공식 회의는 기록 및 공유를 위해 촬영을 하곤 하는 데 당시 회의도 촬영을 맡은 비서관이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일부에 공유한 뒤 보관 중이던 것을 여성이 더 이상 그림자노동만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 등을 전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며 "애초 인스타그램에 올리려 촬영한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이미 몇 달 전에 올라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지사의 이번 동영상은 5일 현재 ‘좋아요’ 6976개, 댓글 534개가 달렸다. 특히 댓글을 살펴보면 10여개 정도만 악플 등 부정적(2%)인 반응이고, 98%는 긍정 일색이다.


특히 댓글 중에는 김동연 지사의 생각을 제대로 읽은 "‘그림자 노동’ 아웃. 격한 지지"라는 짧은 댓글도 눈에 띈다.


그림자 노동은 대가가 주어지지 않지만, 임금 노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노동을 말한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가 처음 쓴 용어다. 그는 가사 노동과 육아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커피나 차 심부름, 컵라면 끓이기 등도 넓게 보면 그림자 노동일 수 있다는 게 이반 일리치의 주장이다.


댓글 중에는 그림자노동의 생생한 증언도 올라왔다. "어린 여직원은 저뿐이라고, 할 일 가득 쌓여있는데 손님들께 커피 내오라던 상사가 생각난다", "임산부였던 내게 스타벅스 샌드위치 사오고, 커피는 내려 달라고, 잔돈 챙기던 대표가 떠오른다"


김동연 지사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도청 여성 직원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들어온 분들인데, 그런 여성 직원들이 허드렛일이나 해야 하겠나. 여성 직원 중에서 간부도 많이 나와야 한다"며 "그러려면 일을 통해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일할 시간에 차 심부름하고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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