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차고 노래 부르고…필리버스터 과거 사례 보니[뉴스설참]

(30)필리버스터 2016년 부활 이후 진풍경
민주 최민희, 헌법·소설 낭독해 화제되기도
과거 이석 금지 관행에 기저귀 착용하는 의원도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세 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벌어지면서 필리버스터의 역대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른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다. 무제한 토론으로 회기 진행을 방해하거나 표결을 막는 것으로, 주로 의석수로 법안 의결을 저지하기 어려운 소수당이 사용한다.


한국 최초 필리버스터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저지 필리버스터였다. 이후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의 3선 개헌 반대 필리버스터가 유명하다. 이 제도는 1973년 발언 시간 제한으로 사실상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과 함께 재도입됐고, 2016년 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며 47년 만에 필리버스터를 부활시키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은 2016년 2월23일~3월2일까지 8일간 총 39명의 의원이 192시간25분간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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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이후 필리버스터는 계속 시도됐다. 4년 임기 내 가장 긴 필리버스터 기록을 남긴 것은 20대 국회(약 269시간)이다. 2016년 9월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 지연을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것에 이어 2019년 말 자유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 반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두 차례 진행했다. 21대 국회 필리버스터 기록은 약 102시간이다.


필리버스터가 여러 차례 진행되면서 특이한 발언도 주목받았다. 2016년 민주당 필리버스터 당시 아홉번째 주자로 나선 강기정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적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 도입 전 몸싸움을 하다가 사법 처리를 당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 자리가 몸싸움했던 자리가 아니라 날을 새가면서 토론할 수 있었던 자리가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을 낭독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및 간첩조작 사건 등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테러방지법 반대 근거를 설명하던 최 의원은 "19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 자리에서 헌법을 읽고 싶었다"며 헌법 1장과 2장을 읽었다. 이때 최 의원은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독재자 빅 브러더가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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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시간 중 '이석 가능 여부'도 문제가 됐다. 과거엔 발언석을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연단에 오르는 사례도 왕왕 있었다. 그러다 2019년 12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발언 도중 국회의장으로부터 화장실 이용을 허락받은 이후로는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관행이 없어졌다.


해외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장시간 이어가기 위한 진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다수 국가가 필리버스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은 의사와 무관한 내용으로 발언을 이어나가도 무방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부를 읽거나 성경책을 낭독하며 시간을 끄는 사례도 있다. 1935년 휴이 롱 상원 의원의 경우 치즈샐러드 드레싱의 레시피를 읽거나 굴 튀김 요리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15시간30분 동안 발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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