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과잉 우려에도 투자 확대…"닷컴버블 때와 달라"

아마존, AI 인프라 구축 위해
2분기에만 176억달러 투자
MS·구글도 지출 경쟁 합류

월가 "거품론은 우려일 뿐"
美 10대 기업 PER 27배
닷컴 버블 때와 비교 금물

실적 발표에 나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지출 급증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시장 일각에서 이들의 AI 투자가 수요 대비 과도하다며 닷컴 버블 당시를 꺼내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AI 거품론'에 반박하는 월가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 AI 관련 자본지출, 시장 예상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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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1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공개한 2분기(4~6월) 실적을 통해 클라우드, 생성형 AI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한 자본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17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164억1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아마존은 3분기 영업이익이 분석가 예측치(151억달러)보다 낮은 115억~1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AI 투자 확대 방침도 강조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반기에 관련 AI 자본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대부분은 클라우드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서 분기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알파벳 등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MS와 알파벳의 AI 관련 자본지출은 각각 78%, 91% 늘어났다. 아직 완벽한 승리자가 나오지 않은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에 나선 탓이다.

AI 자본지출 폭증한 빅테크…투자 계속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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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 기업은 향후 AI 투자 확대 방침도 재차 밝혔다. 구글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선두에 서기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알파벳의 경우 자사 검색엔진 구글이 오픈AI의 자체 검색 엔진 서치GPT 출시로 점유율 하락 위기에 직면한 만큼 한층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빅테크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이들 기업의 AI 관련 투자가 수요 대비 과도하다는 일종의 '거품론'이 확산했다. 과거 닷컴 열풍 당시 기업들이 대거 광케이블 설치에 나선 것처럼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과도하게 쏟아붓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골드만삭스, 바클리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쏟아낸 AI 거품론 우려는 관련주 급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월가 일각 "AI 거품 단계 아니다"

다만 AI 투자 의지를 재확인한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거치면서 최근 월가에서는 이러한 거품론에 기인한 주가 하락세를 두고 "AI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우려"라는 리포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문사 GMO의 제레미 그랜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고객 메모에서 "소위 매그니피센트7과 같은 주요 기업을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시와 현재 주요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나란히 비교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고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랜덤 매니저는 "닷컴 버블 당시 10대 기업의 PER은 2000년 기준 60배에 달하는 반면 2024년 현재 미국 상위 10대 기업의 PER은 27배에 불과하다"면서 "오늘날의 위험은 닷컴 버블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서비스 업체 스톤엑스의 빈센트 델루아드 분석가는 대외적인 환경 측면에서도 현재 AI 투자가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다면서 "투자자들이 빅테크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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