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육지책 "제발 만나세요"[시시비비]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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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일본 도쿄도는 결혼을 장려하고 만성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시범 출시했다. 앱 이름은 우리 말로 ‘도쿄 두 사람 이야기(Tokyo Futari Story)'다. 앱에 등록하려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외에 소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내야하고 미혼임을 증명해야 한다. 키, 학력, 직업을 포함한 15가지 개인정보도 적어야 한다. 앱 운영자와 면접도 필수이고 그냥 이성을 만나는 게 아니라 결혼 상대를 찾는다고 서약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미혼남녀 만남이나 결혼을 주선하는 경우는 있어도 데이트 앱을 운영하는 것은 드물다. 도쿄도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0.99로 전국 최저다. 50세 남성 32%, 여성 24%가 미혼으로 전국 최고다. 일본 전체 결혼 건수(2022년 기준)는 50만건으로 5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물가, 집값이 비싼 도쿄에서 결혼과 육아가 쉽지 않다 보니 결혼에 관심이 있지만, 파트너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미야자키현은 민간 데이트앱과 제휴를 맺어 지역민들에게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나눠주고 교토시는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이벤트를 열어 결혼을 주선했다.

우리나라도 인구절벽 위기에 지방정부가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대체로 오프라인 행사가 많다. 지자체가 검증해 신원이 보장된 상대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행사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이성 교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기다. 대구 달서구가 201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혼 장려팀을 신설해 만남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관련 행사를 5차례 열기로 했다. 전남 광양(솔로 엔딩), 경남 김해(나는 김해솔로), 부산 해운대구(해운대 랑데부) 등도 인기다. 부산 사하구는 9월부터 미혼 내·외국인 만남의 날을 월 1회 개최한다. 강원 태백시는 만 39세 이하 공공기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캠프를 열어 결혼에 성공하면 300만원(1년 이내 결혼), 200만원(2년 이내 결혼), 100만원(3년 이내 결혼)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도 전국 47개 현 대부분에서 결혼지원센터를 만들어 데이트 코칭과 만남 주선 등을 제공한다.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주목했다. 처음에는 인구절벽 위기 아시아 나라의 토픽(화제성)으로 비쳤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출산 문제가 한국·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일본 도쿄의 데이트앱을 소개하면서 "정부가 데이트앱에 필요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라면서 "미국에서 한때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이제는 설득력 있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큐피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낙관하기도 한다고 했다. 민간 데이트앱이 수익이 목적이라면 공공 데이트앱은 사용자의 이익(교제와 결혼, 나아가 출산)이 곧 수익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공 데이트앱과 만남 주선이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고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차별 소지가 있고,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취업률을 줄이고 고용률을 높이려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업 포기자에게 취업 의지를 가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성 교제와 결혼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개선과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으로 봐야 할 때다.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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