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최고 국가안보회의에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하니야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날 오전 2시께 암살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상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해 외무부, 경비대, 주유엔 이란대표부도 주권 침해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공격과 함께 전쟁이 확대되면서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 계획을 세울 것도 지시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공격을 공식화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이란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고, 주권을 방어하는 동시에 이슬람 무장단체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보복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후티·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충돌하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시행해온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대가로 첫 이스라엘 공습을 강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란의 드론·미사일은 대부분 격추돼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이란의 대응 수위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군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하이파 인근의 군사 목표물에 대한 드론 및 미사일 복합 공격을 검토 중이다.
이란은 공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 다른 전선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란은 민간 목표물에 대한 공격은 피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은 하니야 암살 사건과 관련해 임박한 중동 확전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상황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임박한 갈등 격화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유효한 절차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가능한 논의가 있고, 흥미를 보이는 당사자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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