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석화 구조조정…실적 반등에 방심할라

산업부 석화 위기대응 TF, 아직 방안 못내놔
2분기 실적 반등에 구조조정 지연 우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섰지만, 몇 달째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2분기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석화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협의체’를 출범해 종합지원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견을 수렴해야 할 기업이 많고, 업체 간 비용 효율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종합지원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이 워낙 많고, 업스트림 기업과 다운스트림 기업이 원하는 대책이 달라 검토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현재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대한 빨리 대책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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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재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인해 외부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한 구조 때문인데, 올해는 에틸렌 수요 회복이 부진한 데다 중국발 프로필렌(PP) 공급 확대가 계속됨에 따라 가동률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동 석유화학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업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은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기초 소재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인 LG화학 은 적정가에 사업을 매입할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달리 쉘과 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은 한발 앞서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분기 기업 실적 개선으로 ‘반짝 호황’에 안주하다가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LG화학은 전 분기 대비 53.4% 늘어난 40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가전 등 전방시장의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3분기 만의 흑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 도 직전 분기 대비 49.74% 오른 실적을 냈으며, 에프앤가이드는 롯데케미칼 이 2분기 48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64%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동원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외 범용제품 자급률이 지속 확대되고 있고 고유가 환경 아래서 국내 범용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고부가제품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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