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계속 만나줄 것을 요구하며 방송을 통해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아프리카TV 유명 BJ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31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불법정보유통(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 정보 반복 전송)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A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심 법원은 A씨의 강요미수 혐의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반면, 1심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2심 법원의 무죄 부분에 대한 판단과 관련, "원심의 무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요미수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아프리카TV BJ로 개인방송을 하던 A씨는 역시 아프리카TV BJ로 개인방송을 하던 피해자 B씨와 2020년 1월 함께 방송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뒤 같은 해 2월부터 교제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교제 기간 자주 다퉜고, B씨는 몇 차례 헤어지자고 했지만 A씨가 붙잡아 계속 교제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20년 4월 B씨는 A씨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면서 이별을 통보한 뒤 A씨의 연락을 차단했다.
그러자 A씨는 같은 해 5월1일 새벽 자신의 아프리카TV 방송, 오픈카톡방 등을 통해 'B씨가 어떤 사람이고 나한테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내일 오후 8시에 모두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예고방송을 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B씨는 그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두려워 A씨에게 연락해 방송을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A씨는 '만나서 얘기하자. 1년간 만나보고 노력해보자. 아픈 거 얘기 안 하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차례 보내며 다시 만나줄 것을 강요했다.
결국 B씨는 A씨의 요구를 거절하고 경찰에 A씨의 방송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서에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2020년 5월1일 오후 자신의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저 건드린 사람 가만 안 두겠고 후회하게 만들겠다. 벌금 화끈하게 내고 모든 걸 공개하겠다. 상상 이상을 보여드릴 테니 기대하셔도 좋다. 아프리카TV BJ가 데이트 폭력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고 1인 시위를 하고 제가 넣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이 사실을 넣겠다. 내일부터 진짜 센 게 날아갈 거다'는 취지로 방송을 하면서 B씨의 옷과 구두, 화장품 등을 공개했다.
같은 날 저녁 A씨는 30개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B씨의 실명과 직장을 거론하며 '아프리카 TVT 홍보실에서 근무 중인 B씨와 교제하던 중 욕설과 무시로 정서적 학대를 당한 사실이 있다. 취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아프리카 TVT 윤리경영실 게시판에 '연인관계였던 B씨로부터 욕설과 무시로 정서적 학대를 당했고, B씨가 자신과 만날 때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 같으니 카드 사용내역을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다음 날 새벽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 '미안하면 고소 취하해라, 안 그러면 끝까지 가겠다' 등의 말과 함께 자신이 B씨와 교제하면서 쓴 돈과 B씨에게 선물한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B씨는 A씨에게 160만원을 이체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한 뒤 실제로 처방받은 우울증 약물을 과다복용했고, B씨의 119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져 위세척한 뒤 퇴원했다.
이 같은 일이 있은 뒤 A씨는 B씨에게 '미안하다, 다시 만나달라, 내가 다 수습하겠다, 방송을 접겠다'고 얘기했지만 A씨가 언론사 기자들과 아프리카 TVT 회사 게시판에 자신에 관한 제보를 한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이후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아프리카TV 쪽지를 통해 B씨에게 몇 차례 사과했지만, 2020년 5월 11일 아프리카 TV를 통해 '고소장이 진짜로 접수가 돼서 진행이 된다고 하면 상상도 못 한 행동을 할 거다.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는다면 나도 똑같이 스크래치를 엄청나게 크게 내겠다. 방송이라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제가 공개했던 카톡은 공익성이 있어 명예훼손 힘들 것 같다. 나한테 고소장 날리면 그 세력 다 공격할 거다. 고소 취하 안 되고 추가고소까지 날아오는 경우까지 해서 플랜을 다 짜놨다'는 취지로 방송했다.
B씨의 고소에 따라 수사를 받은 A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 기소됐고, 2021년 2월 1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같은 해 5월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 벌금 200만원 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애초 B씨가 고소한 혐의 외에 이날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혐의들로 A씨는 별도로 기소돼 2023년 2월1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던 날 B씨는 직장 상사에게 '제가 모든 항목에서 승소했지만 A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 3년 동안 주말은 탄원서와 서류작업으로 스트레스로 건강도 돌보지 못한 채 지냈는데 저의 고통에 비해 처벌이 낮아서 상처가 너무 크다'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달 25일 다시 우울증 약물을 과다복용하고 응급실에 다녀온 B씨는 이틀 뒤 동생에게 '끝까지 단죄하는 걸 네가 봐야 해. 그게 누나 유지야'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한 뒤 다시 우울증 약물을 과다복용했다. B씨는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병원에 도착한 지 4시간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계속 깨어나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있던 B씨는 2023년 9월19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A씨는 3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A씨가 받은 혐의는 ▲B씨에게 다시 만나줄 것과 고소 취소를 강요했지만 B씨가 거부해 기수에 이르지 못한 강요미수 ▲자신의 방송과 언론사 제보, B씨가 근무하는 회사 게시판 제보 등을 통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방송과 언론사 제보 등을 통해 B씨를 협박하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상황에서 20회에 걸쳐 B씨에게 사과 문자를 비롯해 B씨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주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보낸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 등이었다.
1심 법원은 A씨의 3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1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3호에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를 들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74조(벌칙) 1항 3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A씨의 세 번째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1항 3호의 '불안감'은 '공포심'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일반인인 수신자를 기준으로 마음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하여 사생활의 평온이 깨어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각 메시지의 내용 자체만을 놓고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단지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구체적 해악을 고지해 협박하는 강요미수 범행을 하고 각 명예훼손 범행을 하던 무렵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 사건 메시지들을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점, 피해자로서는 이 사건 메시지들에 의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피고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이 그 후 계속 피해자에 대한 폭로 방송 예고를 했으므로, 이 사건 메시지들 도달 전후의 사정,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및 피해자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메시지들을 통해 피해자의 반응 등에 따라 폭로방송을 진행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거나 이를 함축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을 표현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이 사건 메시지들을 보낸 것은, 피고인이 고의를 갖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씨의 세 번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2심 재판부는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도달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조항의 '불안감'에 대해 헌재 결정을 인용하며 "심판대상조항 중 '불안감'은 '공포심'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으나 '사회통념상 일반인인 수신자를 기준으로 마음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해 사생활의 평온이 깨어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심판대상조항이 개인의 사생활의 평온을 깨뜨릴 수 있는 표현행위를 금지하는 데에 입법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수신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체의 표현까지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미 피고인으로부터 외포돼 있는(공포심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이어서 연락을 받는 것 자체로 불쾌하고 불안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문언 자체가 반어적, 비유적으로라도 전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면 이를 정보통신망법 제74조 1항 3호 위반으로 의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문언 자체의 의미와 상관 없이 피해자의 감정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피고인이 단순히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돼 처벌법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실제 피해자 입장에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있어났을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스토킹처벌법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미안하다', '보고 싶다', '걱정된다'는 내용의 문언들로 인해 피해자가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을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각 문언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그러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A씨의 3개 혐의 중 1개를 무죄로 판단했지만, 오히려 형을 가중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되고 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2023년 2월 27일 약물을 과다복용했고, 이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같은 해 9월 19일 코로나에 감염돼 세상을 떠나기에 이르렀다"라며 "이로 인해 피해자의 가족들은 현재까지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언행이 갖는 파급력에 관해 항상 숙고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임에도 도리어 피해자와의 사적인 일을 자극적인 방송의 소재로 삼아 역시 방송인이었던 피해자가 더 이상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라며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던 피해자는 괴로워하다가 결국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리기에 이르렀다. 연인 사이였다가 헤어진 뒤 상대방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참작해 보면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각 범행의 내용, 이 사건 각 범행과 피해자의 음독 사이의 시간적 간격, 피해자가 이 사건 각 범행 이후 개명하고 회사 생활에 충실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각 범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원심에서 피해자가 기대한 것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것이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만으로 이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양형 조건이 원심과 본질적으로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A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유지한 이유를 밝혔다.
검사와 A씨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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