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소재의 한 디저트 가게 진열장에 두바이 초콜릿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이 가게는 매일 오후 2시부터 4번에 걸쳐 두바이 초콜릿 30개를 한정 판매한다. 초콜릿이 동이 나면 2시간을 기다려 다음 차례에 구매해야 한다. 돈암동 인근에 거주 중인 대학생 이모씨(27)는 "매일 가게 근처를 지나가며 구매할 기회를 엿보지만, 번번이 허탕을 친다"며 "초콜릿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열장이 텅 빈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디저트 가게 앞에 두바이 초콜렛 출고 시간이 적힌 팻말이 놓여있다. 사진(오른쪽)은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회사의 두바이 초콜렛 상품. [이미지출처=이지은 기자,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화면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두바이 초콜릿과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인기몰이를 하자, 앞다퉈 메뉴를 출시하거나 창업 대열에 뛰어드는 점주가 늘고 있다. 그러나 짧은 디저트 유행 주기 탓에, 반짝 유행에 편승해 창업을 결정할 경우 자칫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에서도 두 디저트 인기 척도가 드러난다. 검색량 지표인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두바이 초콜릿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집계된 디저트 연관 검색어 순위에서 2위를,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렌차이즈 브랜드는 5위를 기록했다. 두바이 초콜릿의 경우 지난달을 기점으로 탕후루의 구글 검색량을 뛰어넘었다.
유튜브 숏폼 콘텐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이 유행 매개체가 됐다는 분석이다. 두바이 초콜릿의 경우 디저트 리뷰 전문 유튜버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제과 회사가 출시한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보는 영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렌차이즈는 SNS를 통해 자신이 직접 제조한 레시피를 공유하는 행위가 유행으로 이어지면서 인기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디저트 인기는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두 곳에 그쳤던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렌차이즈 매장은 올해 71개가 창업을 하며 총 327개로 불어났다.
그러나 반짝 유행에 편승한 창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그간 SNS 인기를 바탕으로 창업했던 디저트 가게가 잇달아 폐업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탕후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탕후루는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35개 점포가 문을 열고 19개 점포가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30개 점포가 창업을 하고 69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불과 1년 사이에 창업한 점포 수가 대폭 줄었다.
앞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생과일주스와 흑당 버블티 점포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2020년 52개까지 늘어났던 한 흑당 버블티 프렌차이즈 매장은 2021년 26개로 줄더니 올해는 13개로 규모가 급감했다. 2016년 점포 95개가 문을 열었던 생과일주스 프렌차이즈는 올해 단 한 곳도 신규 창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MZ세대의 트렌드가 SNS에 기반해 생성되고 확산하는 만큼 유행 주기가 짧아 섣부른 창업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SNS에서 특정 인물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일종의 '디토 소비'를 하는 집단"이라며 "신선하고 색다른 아이템에 열광하는 SNS 특성에 맞춰 유행 주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유행에 편승해 창업할 경우 탕후루 사례처럼 빠른 폐업을 맞이할 수 있다"며 "인기만 보고 가게를 열기보다 디저트의 질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긴 호흡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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