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9일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전체주의 국가 출신이라고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야당 소속인 최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사흘간 진행됐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두 사람이 설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이날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이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남용한 한 인간에 대한 인신공격, 명예훼손, 집단 공격, 인민재판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자신의 홍위병인 MBC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키기 위해 언제까지 방통위를 식물 상태로 만들 것인가"라며 최 위원장이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게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말한 것을 비판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MBC를 홍위병 만들려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이야말로 공영방송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이)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는가"라며 "인민재판이라는 표현을 여기서 쓰는 게 말이 되는가. 여기가 대한민국 국회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 위원장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냐고 하셨냐"며 "똑똑히 말씀드린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고개를 내저을 국회와 과방위 운영을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최 위원장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 위원장을 향해 "전체주의가 아주 잘 내면화되어 있다"고도 했다.
박 의원의 탈북 이력을 '전체주의 국가 생활'로 빗댄 최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 위원장은 이날 회의 종료 전 박 의원에게 직접 사과했다. 최 위원장은 "대화 과정에서 전체주의 운운한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박 의원이 사선을 넘어 자유주의 국가,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으로 오신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 부분은 나 개인뿐 아니라 독재를 피해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넘어온 3만4000명 북한 탈출 주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진정이 안 되지만 사과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의 발언이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자 막말에 해당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는 SNS 글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한 동료 시민에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며 "차별과 막말이 일상화하는 것을 국민의힘과 함께 막아달라"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던 도중 "동료의원에 저기요라고 한 것도 문제이지만, 목숨 걸고 탈북한 사람을 조롱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조롱성의 발언은 삼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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