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A씨(26)는 지난해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고 있다. 취업 준비와 함께 찾아온 공황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서 병원을 찾게 됐다. 올해 취업에 성공하며 괜찮아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한 상태다. 그는 "사람 많은 곳을 지나다닐 때면 어지럽고 심한 두려움이 느껴진다"며 "계속 병원에 다니며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2.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임모씨(28)는 가고 싶었던 회사 취업에 성공한 3년 차 직장인이다. 하지만 최근 원하던 삶이 이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임씨는 "혼자 밤에 술 한잔이라도 하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라며 "인터넷에서 이십춘기에 대한 글을 봤는데 모두 내 얘기처럼 공감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이십춘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공감하는 청년들 늘고 있다. 이십춘기는 20대 중후반에 겪는 제2의 사춘기를 일컫는 말로 진로와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 불안, 우울 등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25~29세까지의 나이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며 개인적 차원의 고민이 아닌 이들 세대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20대의 정신건강의학과의 총진료비와 진료 인원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0대의 정신건강의학과 총진료비는 3533억6551만원으로 5년 전인 2018년(1848억7929만원)보다 91% 급증했다. 또 진료 인원도 2022년 42만7762명으로 2018년 25만3313명과 비교해 54% 늘어났다.
특히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에는 20대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8년 정신건강의학과 총진료비는 50대, 60대, 40대, 70대, 30대에 이어 20대가 6번째 순서였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희망하지만, 통계에는 포함되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20대들이 사적으로 정신과 비용을 내고 있는데,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병원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있는 상황이 못돼 진료 현황에서 통계로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2년째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미래가 확실하지 않고 불안해 힘들다"며 "우울감이 심해 정신과 방문을 고민하고 있지만, 찾아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것 같아 방문이 망설여진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중후반의 '이십춘기'는 개인이 아닌 한 세대의 대부분이 공유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곽 교수는 "과거에는 20대 후반이 되면 안정적인 상황이 됐는데, 이제는 그 시기가 미뤄지면서 불안정한 현실이 기본값이 됐다"며 "최근에는 더 다양한 삶이 생겨나고 타인과 비교의 폭이 커짐에 따라 갈등이나 방황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회 전반에서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며 "신체 건강처럼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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