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보편적 관세 공약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른바 '당근과 채찍'으로 요약되는 2단계 무역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측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내년 1월 취임식 이전에 트럼프 측과 만나 EU가 어떤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지를 두고 무역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협상 실패로 EU산 제품에 더 높은 관세가 매겨지게 되면 EU집행위원회 역시 보복관세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EU측은 현재 50% 이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입품 목록을 작성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10% 보편적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EU 수출에는 1500억유로 규모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U의 한 고위급 관리는 "우리가 미국의 문제가 아닌, 파트너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결렬 시 스스로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EU는 트럼프 행정부(2017~2021년) 당시에도 이른바 관세 전쟁을 치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64억유로 규모의 EU산 철강,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EU 역시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버번위스키, 파워보트 등을 대상으로 보복관세 조치로 대응했다. 해당 관세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유예됐고, 지난해 철강 관세 협정 불발에 따라 양측 선거 이후인 2025년까지 2년 연장된 상태다.
발디르 돔브로브스키 EU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EU가 전략적 동맹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무역에 대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서) 관세로 우리의 이익을 지켜냈다"면서 "필요시 다시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전쟁 발발 시 미국보다 EU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측의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0.1%포인트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의 약 1%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1% 치솟고 GDP의 0.5%에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EU가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품목은 일용품이며, 주력 수출 품목은 상대적으로 이보다 비싼 자동차, 의약품, 샴페인을 비롯한 고가 음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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