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KDDX 수의계약 밀어붙이나[양낙규의 Defence Club]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국내 언론과 인터뷰
“기본설계업체와 계약해야 사업관리 효율적”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사업을 놓고 내부적으로 수의계약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함정을 건조하려면 기본설계에 이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군사기밀을 빼돌린 방산기업이 연이어 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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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사업은 총 6척을 건조하는 7조8000억 원 규모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3~2014년 해군본부에서 KDDX 기밀 2건을 비롯해 차기 잠수함, 특수전 지원함 등 기밀 10여건을 빼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군기법)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방사청은 대표나 임원이 연루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HD현대중공업의 사업 입찰을 허가했다.

석 청장 “기본설계 업체 상세설계해야 사후관리 문제없어”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정사업은 개청 이후 지금까지 19차례의 함 설계와 관련해 한 차례를 제외하고 기본설계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다 했다”며 “기본설계한 업체가 상세설계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후 관리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기존 방식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석 청장은 “여러 가지 전투체계, 무장, 소나 체계 등을 개발해서 통합을 해야 하는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업관리를 하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며 타당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향후 사업추진 결정에 따라 업체의 이견을 제시해선 안 된다는 언급도 했다. 석 청장은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하더라도 업체의 이의 제기로 인해 감사나 법적 문제가 제기되면 사업은 계속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업체에서도 국익을 생각해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며 “사업이 지연되면 정부도 힘들지만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고 강조했다.

방사청, 내부문건도 “특별사유 없으면 계속 수행”

방사청의 수의계약 움직임은 이미 내부적으로 지난달부터 결정됐다. 본지가 입수한 방사청 내부문건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사업추진 방안(사진)’에 따르면 "방사청 개청 이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해 왔다"고 했다. 이 문건은 이달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관련 규정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수행토록 규정화됐다"고 밝혔다. KDDX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과 후속 사업(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에서도 수의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전 방사청장 수사 결과가 관건

방사청은 지난 2일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 논란이 일자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사업추진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다. 방사청은 경찰조사가 나온 이후에 계약방식을 정해도 되지만 사업분과위원회를 조만간 열어 사업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사청 규정 상위법인 국가계약법을 적용한다면 경쟁입찰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방사청은 방사청 규정을 내세우며 수의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 대표나 임원이 군기법에 연루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사업에 참여시켰다. 이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행위 당시 임원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달 내 조사 결과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방사청장을 지낸 왕정홍 씨가 IT 관련 업체 주식 차명 보유 정황을 파악하고 해당 업체 대표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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