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청년 자살 긴급사태…우리사회 대들보 쓰러져”[MZ 마음챙김]

⑤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사회적 안전망 획기적 개선 필요
혼자 견디지 말고, 주변 도움 청해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이 “청년 자살은 우리 사회의 대들보가 쓰러져가는 현상으로 당장 긴급사태를 선포해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출생 대책보다 지금 살아 있는 청년들부터 살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청년기의 신체·정신건강은 생애주기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가서 어려움을 듣고 이해하려는 행동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상담·치료 등 의학적 해결책은 빙산의 일각이다. 청년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불공정한 노동시장 개선 등 사회적 안전망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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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21년 4월 기존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합해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사업을 종합적·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 및 홍보, 자살 시도자·자살 유족 등 자살 고위험군 발굴·지원, 사후관리, 근거 기반 자살 예방정책 추진을 위한 연구·분석 등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대한사회정신의학회장,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황 이사장은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안타까운 순간이 많이 있었다. 공공부문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 존중 문화운동을 확산시키고 싶었다”며 “생명지킴이 교육은 자살 고위험군을 미리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향상할 수 있고, 인식개선 교육은 생명에 대한 건전한 가치를 함양하는 것이 목표이다. 자살 예방 서비스들이 널리 알려져 자살률 감소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청년들의 높은 자살률은 사회적 요인과 학습된 무기력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황 이사장은 “2022년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21~30세 자살 동기는 정신적 문제(51.1%), 경제 생활문제(18.2%), 직장 및 업무상의 문제(7.3%) 등 순이었다”며 “청년들의 취업난, 경제난, 고립감이라는 사회 문제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인관계 이론에서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이론이 있다”며 “어릴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본인이 스스로 어떤 조치를 취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20·30대가 돼서도 무한경쟁에 노출되면서 무기력함이 더해지고,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무기력감 해소를 위해 ‘한국형 사회·정서적 생활기술 향상’ 도입을 제안했다. 황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기부터 사회·정서적 생활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을 효과적인 자살 예방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종의 대인관계 훈련으로, 이를 통해 청년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서비스 구성 등 한국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사진제공=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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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이사장은 주변에서 자살 징후가 목격되면 ‘듣기’와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잘 들어주고 연결해준다는 두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며 “어떤 문제로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친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며 들어주고, 혼자 있지 않도록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자살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청년들에게는 “혼자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광역·기초지자체에는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치돼 있다.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센터로 연락해 상담받을 수 있고, 여러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지원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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