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사업장 정리절차 부진?…현장검사 강화에 정리시한 못박은 당국

금감원 "부실사업장 정리계획 내달 9일까지"
재구조화·정리 이행은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집값 오르는데…" 금융권서 볼멘소리 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 청산, 경·공매 등 구조조정 절차에 시한을 못 박으며 금융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제2금융권의 부실 PF 사업장 정리 절차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권 일각에선 사업장별 자체평가와 적절성 검증에 이어 현장검사까지 진행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자,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 금융권에 다음달 9일까지 부동산 PF 평가대상 사업장 중 사업성 평가 최종등급이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인 모든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 지침에는 재구조화·정리 이행 완료 예정일을 계획 제출일로부터 6개월 내로 설정하라고 명시됐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달 중 금융사 스스로 수립한 PF 사업장별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제출을 마무리하고 8~9월 중 본격적인 청산과 경·공매를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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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에 따르면 유의 등급 사업장은 사업 구조화 또는 자율 매각 계획을, 부실 우려 등급은 상각 또는 경·공매를 통한 매각 계획을 각각 내야 한다. 지침은 또한 경·공매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앞당기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부동산 PF 대출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됐다면 즉시 경·공매에 착수해야 한다. 기존에는 6개월 이상 연체된 경우가 경·공매 대상이었다. 또한 유찰 시 재공매까지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재입찰 때 공매 가격도 직전 유찰가격으로 제시할 수 없게 됐다. 최초 1회의 최종공매가는 장부가액으로 설정하되, 유찰 후 재공매 땐 직전 최종공매가보다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상각 대상 사업장은 상각 추진 전에 임의경매·강제경매 등 기타 가능한 회수 방법을 취했는지 등을 기재해야 한다. 재구조화 계획은 신규자금 추가공급, 사업용도 변경, 시공사 변경, 자금구조 개편 등으로 세분화해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수시 점검을 통한 대면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재구조화·정리 계획에서 미비점이 발견된 금융사를 중심으로 다음달 19일부터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9월부터는 경·공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구조조정(유의·부실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경·공매가 필요한 사업장은 약 2~3%로 추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약 230조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7조원 규모의 사업장이 경·공매로 나오고 구조조정 물량은 23조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제출할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무한정 늘어질 수 있다”며 “지연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재구조화·정리를 마무리하란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기계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6개월 이내를 원칙으로 삼되, 현실적으로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면 합리적 사유를 내면 된다”며 이번 지침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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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융당국이 연일 강한 압박을 이어가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가 살아나며 집값도 일부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상당수 사업장을 시간에 쫓겨 헐값에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시장이 회복하면 사업성이 ‘정상’으로 재평가될 사업장이 다수라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6개월 내에 정리를 마치려면 결국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인데, 지금은 부실하다고 분류된 사업장이 기다리면 정상 사업장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일정 부분은 시장에 맡겨도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공매 활성화의 키(열쇠)는 결국 매수자에 있다”며 “갈수록 경·공매 물량은 계속해서 나올 텐데 매수자들이 공매 가격이 더욱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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