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보복운전이 매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기소율은 일반 교통사고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복운전 금지에 대한 행위가 도로교통법상 명시돼있지 않다며 형법상 처벌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교차로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를 밀어붙인 후 급제동해 차량을 파손시킨 50대 남성 운전자에 대해 특수협박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운전자는 지난해 2월 피해 남성이 몰던 승용차량이 실선 구간에서 급격히 차선을 변경해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차선을 점차 좌측으로 옮기며 피해 남성의 차량을 밀어붙여 차량 우측 앞 범퍼를 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보복운전 신고접수는 모두 2만3520건으로 집계됐다. 한 해 평균 4704건, 하루 평균 13건씩 발생한 셈이다. 보복운전 신고 건수는 2019~2020년 한해 5000건이 넘게 발생하다 2022년에 3806건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4321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그럼에도 보복운전에 대한 기소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난폭·보복 운전 접수 사건(7625건) 가운데 기소된 건은 2300건으로 전체의 30.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합한 교통사고 기소율이 74.1%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 교통사고 기소율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상 보복운전에 대한 명시된 규정이 없는 탓에 처벌과 운전자 인식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46조는 ▲신호 또는 지시 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횡단·유턴·후진 위반 등 금지 조항 9개를 열거하고, 이 중 둘 이상의 행위를 연속으로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 반복하는 것을 난폭운전으로 보고 있다.
반면, 보복운전에 대한 규정은 따로 명시돼있지 않아 일반 형법상 살인이나 특수상해, 특수협박, 특수재물손괴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만일 운전자가 보복운전 행위를 상대방 과실로 인해 발생한 단순한 싸움으로 생각할 경우 당사자의 살인이나 상해 또는 협박의 고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공간 김한규 변호사는 "보복운전에 대한 내용이 규정에 추가될 경우 지금보다 보복운전에 대한 처벌이 쉽고 명확해질 수 있다. 여기에 보복운전 행위에 대한 운전자들의 경각심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형벌 과잉으로 비쳐질 수 있어 법적 규정을 따로 두는 것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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