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번호'로 새벽에 문자·속옷 배달까지…"문화 차이"라는 스토킹범

"문화 차로 생긴 오해…몰래 축하한 것" 주장
재판부 "상대방에게 불안·공포 준 것" 지적

신원을 숨기고 새벽에 여성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속옷 선물까지 배달시킨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스토킹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3부(조은아 곽정한 강희석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1심과 동일하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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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2년 2월 오전 4시쯤 자신이 다니던 스포츠시설을 운영하는 여성 B씨에게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닷새 후 새벽 시간에 B씨에게 또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새벽 3시에 B씨에 "그날 생일은 잘 보내셨나요? 오늘 오후 복도를 확인해보세요~ 예쁘게 입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B씨 자택으로 여성 속옷 세트를 배달시켰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인적 사항을 B씨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속옷 세트를 받은 B씨는 이를 반품하고 적힌 번호로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없는 번호'로 표시됐다. 결국 A씨는 스토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생일을 몰래 축하해주고 싶었다"며 "문화 차이에서 온 오해일 뿐"이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한 일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숙면을 할 깊은 새벽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 받았고, 메시지에는 나이와 생일 등 본인의 사적인 정보가 담겼다"면서 "자신을 밝히지 않은 채 속옷 선물을 주는 행위는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1심 판결 후 A씨는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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